학생수 줄어도 사교육비는 더 쓴다…지난해 27조원, 3년 연속 ‘최대치’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원을 넘어서면서 3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 ‘의대 열풍’에 더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약 3000곳 학생 약 7만4000명을 대상으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진행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 부착된 의대 입시 홍보 현수막 [연합]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는 이 기간 528만명에서 521만명으로, 1.3% 감소했는데도 사교육비 총액은 늘었다.

증가율 자체는 전년(10.8%)의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사교육비 총액 규모는 2021년(23조4000억원), 2022년(26조원)에 이어 3년 연속 최고치를 나타냈다. 앞서 교육부는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목표를 24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사교육비 증가세를 이끈 건 고등학생이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보다 8.2% 늘어난 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은 지난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배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수능 출제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학원을 찾은 학생들이 늘어난 데다 의대 열풍이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킬러문항 논란과 고등학교 사교육비의 연관성에 대해 “명백하게 영향이 없었다고 할 수 없고, 일부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전체적인 사교육비 증가율 자체가 많이 꺾였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중학교 사교육비는 각각 12조4000억원,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4.3%, 1.0% 늘어난 수치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8% 증가한 43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참여 학생으로 대상을 좁히면 1인당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5.5% 늘었다.

2023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 [통계청]

‘사교육 참여율’은 78.5%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0.8%포인트 상승한 86.0%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교 사교육 참여율도 66.4%로, 0.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중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75.4%로 0.8%포인트 하락했다. 이 같은 하락세 전환은 2020년(4.1%포인트 하락) 이후 3년 만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연간 약 71만원이던 EBS 중학 프리미엄을 전면 무료로 전환해 중학생 약 31만명이 혜택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소득이 많을수록 사교육비 지출도 많았다. 월평균 가구 소득이 가장 높은 ‘800만원 이상’ 구간의 사교육비 지출은 67만1000원으로 전체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월평균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18만3000원으로 최저였다.

사교육 참여율 역시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에서 87.9%로 최고, ‘300만원 미만’ 가구에서 57.2%로 최저를 각각 나타냈다.

월평균 사교육비로 70만원 이상 지출한 학생 비중은 22%로, 전년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시도별로는 전체 학생 기준으로 서울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2만800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서울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0만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낮은 전남(27만9000원)과 비교하면 2.3배 차이가 났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으로 보면 서울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74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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