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대구 중·남구 도태우 후보를 안고 가려던 국민의힘이 14일 심야에 결국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도 후보가 두 차례 내놓은 사과의 ‘진정성’을 믿어보겠다며 공천 유지를 결정한 지 하루 만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입장 번복에는 변호사의 ‘추가 막말’ 논란이 결정타가 된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는 이날 입장문에서 “도 후보의 경우 5·18 폄훼 논란으로 두 차례 사과문을 올린 후에도 부적절한 발언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관위는 공천자가 국민 정서와 보편적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경우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한 경우 등에는 후보 자격 박탈을 비롯해 엄정 조치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이날 오전까지 지도부와 공관위가 보인 도 후보 논란 관련 입장과 달라진 부분이다. 공관위는 전날 격론 끝에 내린 도 변호사 공천 유지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도 변호사가 5·18 폄훼 발언에 대해 두 차례 사과문을 썼고, 특히 두 번째 사과문에서 5·18 정신을 존중하고 충실히 이어받겠다고 표방한 점 등으로 볼 때 ‘진정성’을 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날 “도 후보가 자진사퇴해야 한다”(서울 마포을 함운경 후보), “당은 재재(再再) 논의하고, 후보는 선당후사를 위해 결단하는 것이 정도(正道)이고 국민의 눈높이”(경기 성남 분당갑 안철수 후보) 등 수도권 후보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이어졌다.
여기에 오후에는 도 후보의 추가 막말 논란까지 터졌다.
그는 2019년 8월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문재인의 이런 기이한 행동을 볼 때 죽으면 그만 아닌가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뇌물 혐의가 있던 정치인은 죽음으로 영웅이 되고, 그 소속 당은 그로 인해 이익을 봤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한 것도 밝혀졌다.
이러한 도 후보의 ‘극언’이 추가로 밝혀지자, 당은 공관위에 재논의를 요청했고, 공관위 내부에서도 도 후보 공천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관위는 이날 저녁 다시 회의를 열고 사실상 만장일치로 도 후보 공천 취소를 결정했다. 당장 여론 악화가 부담스러웠을 뿐 아니라, 또 어떤 과거 ‘막말’이 추가로 밝혀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막말과 극언이 계속 터지면, 아무리 과거 발언이라도 당이 끝까지 감싸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공관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5·18 발언과 마찬가지로 과거 발언이긴 하지만, 너무 많은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때마다 사과하고 입장을 표명하는 게 사실 선거 국면에서 불가능하다고 봤다”며 “그런 판단 아래 안타깝지만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호남 방문이 예정된 15일 직전 공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도 공교로운 부분이다. 호남 지역 시민단체들은 도 후보 공천 유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국민의힘 공관위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취소한 것은 도 후보가 네 번째다.
지난 2일 경기 고양정에서 김현아 후보의 단수 공천을 취소하고 김용태 전 의원을 우선추천했고, 8일에는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박일호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박상웅 전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부원장을 우선추천했다.
이날은 충북 청주 상당 정우택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서승우 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우선추천했다. 이어 도 후보까지 두 명의 공천을 취소했다.
다만 대구 중·남구는 다른 공천 취소 지역과 달리 대체 후보를 바로 발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