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구체적 내용과 무관. [123RF]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유명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로 낳아 26년간 키운 아들이 친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부부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병원 측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박상규 대표는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같은 사연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난임으로 고통을 겪던 A(50대·여) 씨 부부는 1996년 서울의 B 대학병원에서 시험관 시술을 받아 이듬해 아들을 얻었다.

아들이 다섯살 되던 2002년 부부는 소아과에 갔다가 아들 혈액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부부는 모두 B형인데, 아들은 부부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형이었던 것이다.

이에 시험관 시술을 진행한 B 대학병원의 C 교수에게 찾아가 묻자, C 교수는 자료를 보여주며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종종 돌연변이로 부모와 다른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그 말을 믿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아들은 성인이 됐고 A 씨 부부는 아들에게 혈액형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2022년 C 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과거 보여줬던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C 교수는 갑자기 연락이 끊겼고 어떤 대답도 내놓지 않았다. 병원 측에서도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 '관련 의료 기록이 없다'고 하는 등 도움을 주지 않았다.

부부는 결국 유전자 검사를 받았고 친부와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받았다.

부부는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남편이 아닌 엉뚱한 남성의 정자로 임신이 됐을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부부는 지난해 B 대학병원과 현재는 은퇴한 C 교수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소송 진행 중이다.

B 병원 측은 A 씨가 자연임신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A 씨의 외도 가능을 시사하는 등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또 위로금 1000만원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C 교수도 법률대리인을 통해 '기억이 안 난다', '모르겠다' 등의 입장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료기록이 없다'는 병원 측 해명과는 달리 병원에는 의료 기록이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소멸시효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손해배상 소송은 사건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그 피해 사실을 인지한 지 3년 내에 제기돼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린 것이다.

부부는 아들의 혈액형이 의심돼 처음 C 교수를 찾을갔을 당시에라도 C 교수가 실수를 인정하고 사실을 말해주지 않은 것을 원망하고 있다고 한다.

B 대학교 홈페이지에 보면 C 교수는 시험관 시술 권위자로 근무하면서 약 1000 건의 인공시술을 성공시켰다라고 공개돼 있다. 다른 피해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부부는 C 교수에게 시험관 시술을 받아 딸도 낳았는데, 딸은 부모와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