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등돌린 20대…구매력 있는 ‘찐’수요만 남는다 [명품 지각변동]

블랙핑크 지수를 모델로 세운 디올. 젊은 층이 명품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 모델의 나이도 젊어졌다. [디올 제공]

[헤럴드경제=박병국·김벼리·정석준기자]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비대면 시기, 명품시장의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20대가 최근 이탈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구매력이 약화한 것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1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 3개사의 지난해 1~2월 누적 이용자 가운데 20대 비중은 15.5%로, 2020년 31.2%에서 급감했다. 10대 역시 11.9%에서 1.6%로 줄었다. 30대가 28.2%에서 25.1%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반면 40대 비중은 20.6%에서 42.8%로, 50대 역시 7.8%에서 15.2%로 증가했다. 20대 소비자가 시장에서 등을 돌리며 온라인 명품 플랫폼 3사의 1~2월 전체 누적 이용자 수는 2022년 230만명에서 2024년 83만명으로 감소했다.

백화점 등 오프라인 명품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시장의 주요 고객이던 20대가 이탈하면서 명품시장 자체가 침체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매년 20~50%씩 성장하던 백화점 명품 매출은 2021년 정점으로 조금씩 하락하다가 지난해 한 자리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한 백화점도 있다. 샤넬 등 주요 브랜드가 지난해 5~6% 가격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이다.

20대는 코로나19를 거치며 명품시장에 유입됐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기꺼이 큰 돈을 쓰고 개성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특징과 엔데믹 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보복소비’가 맞물린 결과였다. 이들의 유입으로 명품시장은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구찌, 프라다, 생로랑 등의 명품 브랜드도 젊은 소비층을 사로잡기 위해 공을 들였다. 200~300만원대의 소품을 출시하며 문턱도 낮췄다. 모델도 10대부터 30대를 아우르는 연예인을 섭외했다. 블랙핑크의 지수(디올), 리사(셀린느), 아이브(IVE)의 장원영(미우미우), 방탄소년단(BTS)의 뷔(셀린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반전시키진 못했다. 20대는 고물가와 불황을 몸소 체감하며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3년차 직장인인 김모(29) 씨는 “명품 하나쯤은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40만원대 마르지엘라 지갑을 산적이 있다”며 “‘있어보이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구매 후 잘 쓰지 않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우미우는 걸그룹 아이브(IVE)의 장원영을 모델로 내세웠다. [미우미우 제공]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이 정상화되면서 구매력을 가진 젊은 소비층이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국내 명품시장의 위축 요인으로 꼽힌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경기와 상황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명품을 살 수 있는 ‘진짜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특히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똥·샤넬)를 비롯한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는 그 위상이 더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구찌, 프라다, 생로랑 등의 브랜드는 200~300만원대 가방 등 제품군을 줄이는 대신 최소 6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카드를 꺼냈다. 하이엔드 럭셔리 브랜드를 향한 리브랜드 작업이다.

20대가 명품을 멀리하는 현상은 연령별 구매 패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은 명품시장에 발을 들이긴 했으나 ‘접근 가능한 브랜드’만 선택했다. 아르바이트와 월급을 모아 살 수 있는 수준이다.

온라인 플랫폼 머스트잇이 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연령별 브랜드 선호도를 분석해보니 10대는 꼼데가르송(10만원대 면티 등), 20대는 루이비통(가방·지갑 등 잡화), 30대·40대·50대 이상은 몽클레어(겨울 아우터) 같은 의류 브랜드를 구매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2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라 루이비통의 잡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고객은 보통 200~300만원대의 가방, 벨트, 신발 등을 좋아한다”며 “40대 이상은 ‘에르메스’ 등 고가 명품 브랜드와 더불어 ‘몽클레르’, ‘막스마라’ 등의 ‘명품 의류’에 대한 선호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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