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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양문석 예비후보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유한 칼럼을 쓴 데 대해 사과했지만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당내에서 친노그룹을 중심으로 공천을 취소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표현의 자유”라며 양 후보를 감싸고 나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 후보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저의 글에 실망하고 상처받은 유가족과 노 전 대통령을 존경하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적었다.
양 후보는 이어 “정치인으로서 정치 현장에 본격 뛰어들었다”며 “정치적 판단에 대한 수많은 고려 요인을 배워왔고 그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현장에서 겪었던 수많은 좌절의 순간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으로부터 위로받아 왔다”며 “그리고 수많은 반성과 사죄의 시간을 가져왔다”고 강조하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양 후보는 지난 2008년 ‘국민 60~70%가 반대한 한미 FTA를 밀어붙인 노무현 대통령은 불량품’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당의 근간인 노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비명(비이재명)계와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중심으로 ‘공천 재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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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민주당 수원 지역 후보 합동 공동 공약 발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김부겸 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다시 한번 검증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친노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당에 ‘결단’을 촉구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도 SNS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님, 죄송하다”라며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부른 사람이 ‘민주당’의 후보라고 한다”면서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의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 드려나 하나. 지난 일이니 잊어야 하나. 저는 잊지 못하겠다. 그리고 속이 협량한 탓인지는 몰라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겠다”라고 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민주당에 몸담고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정치인이 김대중·노무현을 부정한다면 이는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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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안산갑 국회의원 예비후보가 4일 안산 상록수역 앞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양문석 예비후보 제공] |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경기 분당갑 민주당 예비후보)은 페이스북에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면서 “위기를 넘어 민심의 바다로 들어가야 한다. 당은 결단을 내려달라”고 적었다.
종로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양 후보 발언에 “깊이 유감으로, 자신의 정치적 인식이 저열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면서 “양 후보 공천 취소를 결정하기 앞서 더한 발언을 일삼은 국민의힘 정치인들부터 확인해 검증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친명계인 양 후보를 감쌌다. 이 대표는 16일 양 후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을 욕하는 게 국민의 권리 아니냐’고 말했다”고 답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