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구 겨눈뒤 “러 대선투표하라”…우크라 “러 점령지 선거 무효”

러시아 대통령 선거일을 앞둔 1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 재선이 유력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대선 투표는 15∼17일 진행된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확실시되는 러 대선이 유권자의 자유로운 투표가 차단되는 불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는 국제 사회의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선 선거에 앞서 주민들이 강제 투표를 종용당했다는 인견 단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러시아는 2022년 '새 영토'로 편입했다고 주장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 지역에도 투표소를 운영한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들 점령지의 선거는 매우 왜곡되고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뤄지고 있다.

AP통신은 러시아 측 당국은 주민들에게 푸틴 대통령의 지지를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료 혜택 등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투표를 강요하며 주민에게 총구를 겨눴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 동부인권그룹(EHRG)은 헤르손과 자포리자에서 투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최소 2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자국 내 점령지에서 진행하는 선거는 무효라며 "(이는)국제법 규범과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일시적으로 점령된 지역에 사는 수백만명 우크라이나 주민들과 러시아 영토로 강제 이송된 국민에게 이른바 '선거'를 참여토록 강요하는 일 또한 불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령지 주민들에게 투표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점령지에서 대선 투표가 이뤄지는 일을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대선 투표를 벌이는 걸 비난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의 피터 스타노 대변인 또한 "이것이 자유롭고 공정한 민주적 선거가 되리라고 전망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한편 러시아 대선은 17일(현지시간) 마무리된다.

광활한 영토로 시간대가 11개에 이르는 러시아는 극동 지역인 추코트카 자치구·캄차카주부터 가장 서쪽에 있는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순차적으로 투표를 마감한다.

5선이 확정되면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러시아를 통치한다.

1999년 12월31일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퇴진으로 대행을 맡은 뒤 30년 집권을 이루며 이오시프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30년에 열리는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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