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핵심 경합주 가운데 하나인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방문해 사회복지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은 경쟁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명하며 사회복지 정책에서의 선명한 차이를 강조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뼈있는’ 농담과 비판을 섞어가며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면 안 되는 이유를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유력 언론인 클럽 ‘그리드 아이언’(Gridiron) 만찬에서 이번 주 대통령 후보 두 명이 각 당 후보로 확정됐다며 “한 후보는 너무 늙었고, 대통령이 되기에는 정신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했다.
이어 “(그 말고)다른 한 명이 바로 나”라고 익살스럽게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81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세다.
이렇듯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최대 약점으로 거론되는 ‘고령 논란’에 대응하기 위해 종종 ‘자학 개그’를 펼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만찬장에 오후 7시 넘어 입장한 바이든 대통령은 3시간이 지난 뒤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 취침 시간이 6시간이나 지났다”며 농담을 했다.
미국 상원의 최장수 원내대표인 올해 여든 두 살의 공화당 미치 매코널 의원이 오는 11월 대표직에서 사임키로 한 데 대해서도 “친구가 전성기를 포기하는 걸 보는 게 싫다”고 했다.
자신에 대한 고령 논란을 불러일으킨 80대를 전성기로 규정한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농담도 했다. 그는 “나는 내가 2020년에 이긴 같은 남자를 상대하고 있지만 그에게는 알려주지 말라”며 “그는 자신이 버락 오바마를 상대로 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몇 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을 혼동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런 그가 연설 후반부에는 진지한 분위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안 되는 이유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자유는 말 그대로 공격받고 있다”며 “(러시아 대통령)푸틴이 유럽에서 행군(march)하고 있다. 내 전임자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고 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겨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걸 내키는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거론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을 치른 15개 주 가운데 버몬트를 제외한 14개 주에서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 승리했거나,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 |
한편 백악관 복귀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공개 행사에서 ‘피바다’ 등의 강한 표현을 썼다.
NYT, CNN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하이오주 반달리아의 데이턴 국제공항 밖에서 열린 공화당의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 후보의 선거 유세에 참석했다.
그는 연설에서 미국 경제와 자동차 산업을 언급하며 11월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면 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차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당신은 멕시코에 거대한 괴물 자동차 제조공장들을 짓고 있다”며 “미국인들을 고용하지 않으면 차를 우리에게 팔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내가 당선되지 못하면 전체에 피바다가 될 것이다. 나라에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내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또 다른 선거를 치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맞상대인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도 “멍청한(stupid) 대통령”이라고 수차례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