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는 국민 건강…병원 지키겠다” 뇌혈관 의사들 성명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뇌혈관전문 명지성모병원을 찾은 시민들을 이 병원 관계자가 안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 이탈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필수 의료인 뇌혈관 치료에 종사하는 의사들이 '병원을 지키겠다'는 성명을 내 이목을 끌고 있다.

대한 뇌혈관외과학회 및 대한 뇌혈관 내 치료의학회는 지난 15일 성명서를 내고 "의사들의 주장이 아무리 미래의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지금 당장의 문제는 현실"이라며 "저희는 조속하고 합리적 해결이 될 때까지 병원을 지키고 있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민 여러분께는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다"며 "국민 여러분께 올리는 진심 어린 의견에 넓은 아량으로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에 대해서도 "한창 공부해야 할 시점에 과거와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미래가 위험해진 것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뇌혈관계 전문의들은 "정부가 말하는 필수 의료가 곧 두 학회 구성원이 하고 있는 의료이며, 우리는 지난 시간 잘못된 의료 시스템의 폐해를 그대로 받아왔던 당사자"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을 받아들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병원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이번 의료 정책으로 야기된 혼란에 일차적 책임을 지고 당사자와 협의와 합의를 통해 정책의 모든 부분을 상의할 수 있음을 인정하라"고 요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협의회를 향해서도 "정부가 성실한 자세로 협의를 제안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협의와 합의에 응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협상이 개시되면 휴학 중인 의대생들은 즉시 학업에 복귀하길 바란다"면서 "이 모든 일의 끝에는 국민 건강이라는 대의가 있음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18일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1만2000명가량으로 전체의 93% 정도가 병원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병원 전체 의사 중 전공의 비율은 40% 안팎에 달한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결의도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5일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 회의에는 20개 의대가 참여해 그중 16개가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나머지 4개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동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인데,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집단 사직 동참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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