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뒤쪽)이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황대헌(앞쪽 가운데)의 반칙으로 중심을 잃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쇼트트랙 세계랭킹 1위 박지원(서울시청)이 연이틀 황대헌(강원도청)의 반칙 탓에 빈손으로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쳤다.
박지원은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황대헌의 반칙으로 완주하지 못했다.
박지원은 결승선 3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선두로 달리던 황대헌을 인코스로 빠르게 파고들었고, 이때 황대헌의 손이 몸에 닿아 휘청이다 대열에서 이탈했다. 넘어진 박지원은 레이스를 이어가지 못하고 그대로 경기를 포기했다.
황대헌은 페널티를 받고 실격 당했고, 결국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지원은 16일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황대헌의 반칙으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박지원은 시작부터 선두권을 유지하며 레이스를 이끌었지만 결승선까지 2바퀴를 남긴 시점 3위로 달리던 황대헌이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면서 박지원을 밀어내 균형을 잃고 바깥쪽으로 밀려났다. 결국 그는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지원을 밀어낸 황대헌은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쳤지만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심판진은 황대헌의 반칙을 선언해 실격 처리했다.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서 넘어진 뒤 좌절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지원. [AP] |
박지원이 황대헌의 반칙으로 국제대회 메달 획득에 실패한 건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ISU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황대헌은 박지원의 발목을 잡았다. 당시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치는 심한 반칙을 범해 옐로카드를 부여받고 모든 포인트가 몰수되기도 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획득 실패는 박지원의 선수 인생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되지만,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박지원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악의 불운 속에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고,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를 날렸다.
이제 박지원은 다음 달에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 출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2024-2025시즌 국가대표에 선발되지 않으면 박지원은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없다. 박지원은 2022-2023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지만, 시즌 마지막 국제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를 무관에 그쳤다.
황대헌이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동하던 선수와 갈등을 빚은 건 처음이 아니다.
황대헌은 2019년 자신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 남자 대표팀을 이끌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이에 린샤오쥔은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징계받고 소송에 휘말린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린샤오쥔은 법정 싸움을 거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했으나 더는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다. 그러나 중국 대표로 질주한 린샤오쥔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