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이 서울 강북구을 경선 기회를 다시 한 번 잡았다. 하지만 ‘본인 득표는 감산, 경쟁자 득표는 가산’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기본적으로 넘어야 하는데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경선 투표에 전국 권리당원 투표가 70% 반영되는 구조여서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박 의원은 18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게 승산 있겠느냐, 가능성이 있겠느냐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이 났다. 거기서 온갖 안 좋은 것들이 막 쏟아져나왔는데 마지막 하나 남은 게 희망이라고 하는 존재였잖나. 99%의 패배 가능성은 있지만 1%의 희망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온갖 막말, 공천갈등 이런 일들이 쏟아져 나온 22대 총선 공천과정인데, 판도라의 상자인 강북을 경선이 희망 하나가 지금 남아 있다, 여기가 마지막 승부처다”라며 “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이상한 룰로 점철돼 있지만 제가 이 악 물고 버티는 이유는 그 희망이라고 하는 단어 하나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한 번 경선에 나서게 되긴 했지만 그가 이 같이 언급하는 이유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치러지는 경선에서 불리한 조건을 안고 뛰기 때문이다. 앞서 당의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에서 하위 10%를 기록한 박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도 득표의 30% 감산을 적용받는다. 반면 경쟁자인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변호사)의 경우 여성 신인이어서 득표의 25%가 가산된다. 이를 감안해 계산하면 박 의원이 전체 투표 합산 결과 64.1%를 얻는 경우 경선에서 지고, 64.2% 이상을 얻어야만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
게다가 온라인 투표로 치러지는 이번 경선에는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구을 권리당원 30%로 투표 결과가 반영된다. 전국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이 높을수록 비명계인 박 의원으로서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강북을 선거의 후보자를 정하는데 전국의 당원들이, 제주에 계시거나 또 거제도에 계시거나 이런 분들도 후보 결정에 참여를 해야 하는지 그분들도 지금 납득을 못 하고 있다”며 “저는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전략경선 지역구의 경우에도 그 해당 지역구의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지역주민들이 대상으로 됐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또 당헌에는 국민참여경선으로 하게 돼 있다. 국민참여경선이라고 돼 있는데 100% 당원투표만 하는 것은 당헌 위반이잖나”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북구을 후보 결정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에 대해 당 내부의 우려는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공천 과정이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을 배제하는 쪽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서울 강북구을 공천 취소 이후, 당이 새로 전략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한 뒤 김부겸 민주당 상임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입장문에서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경선 결정이 과연 잘된 결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단지 강북구을 뿐 아니라 한강벨트는 물론,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고 했다.
한편 박 의원과 경선을 치르는 조 이사는 이날 오전 자신의 SNS에 “최대한 빨리 후보로서 인지도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방송 4개를 잡았다”며 “반드시 경선에서 이겨서 제가 할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