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서 관광객들이 김을 고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반도체 가격 회복 등으로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내수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여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제 회복에도 서민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어려운 ‘가난한 성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2월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도 전월(118.51)보다 1.4% 높은 120.11로 집계됐다. 역시 2개월 연속 오름세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 가격 강세 여파를 가늠할 수 있다. 2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5% 상승했다. ‘동적 램(DRAM·1.8%)’과 플래시메모리(6.9%) 수출 물가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보다 확연하게 가격 회복세를 확인할 수 있다. 2월 컴퓨터·전자및광학기기 수출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1.2% 상승했다. DRAM이 10.9% 올랐고, 플래시메모리는 66.2% 급등했다.
유성욱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반도체는 전월대비 2.2%, 전년동월대비 18.4%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 물가 상승은 이에 7개월 연속 이어졌다.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 연속 오른 이후 처음이다. 전년동월비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도체 가격 회복으로 수출 경기는 호황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 증가한 524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67%)를 포함해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6개 품목에서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4% 감소했으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13.7% 늘었다. 전년 동월 대비로 반도체(44.1%), 자동차(13.2%) 등에서 많이 증가했다.
문제는 내수다. 1월 소매판매는 내구재(-1.0%), 준내구재(-1.4%)가 감소했으나 비내구재(2.3%)가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0.8% 증가했다. 작년 동월 대비로는 3.4%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이 회복하더라도 내수가 따라주지 않으면 체감 경기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가난한 성장’이 우려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가 지속됐으나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며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일부 내수 지표의 증가세에도 KDI는 여전히 “고금리 기조로 소비와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된다”고 판단했다.
상품 소비인 소매판매액 지수(계절조정)는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각각 0.6%, 0.8% 올랐다. 그러나 전년 동월 대비로는 7개월 연속 감소세다.
KDI는 “작년 1월에 있던 설 명절이 올해는 2월로 이동해 1월 상품 소비에 조업일수 증가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동시에 명절과 밀접한 소비 감소의 부정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했다.
설 명절 요인을 배제한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는 승용차(-16.2%) 등 금리에 민감한 품목을 중심으로 부진하다고 봤다.
KDI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지출 여력 축소와 공급 여건 악화에 따른 일부 품목의 물가 상승 폭 확대는 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비스 소비도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미약한 증가세라고 판단했다. 지난 1월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 동월 대비 4.4% 늘었으나 KDI는 조업 일수 영향으로 일시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계절조정 전월 대비 기준으로 숙박·음식점업(-0.2%)이 4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정체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