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사태…이재명, ‘국민 판단’ 내세워 기존 입장 고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시민들에게 이지은(마포갑), 정청래(마포을)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민주당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에 대한 ‘공천 유지’ 입장을 사실상 고수하고 있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이 추가적으로 공개되고, 선거대책위원회 지도부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표는 ‘국민 판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양 후보를 방어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18일 서울 마포갑 이지은 후보 지원차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찾아 양 후보에 대한 공천 철회 요구가 나오는 데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 질문에 “책임을 물을 것인지는 국민들께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남 비하 발언, 5·18 폄훼 발언하면 안 되겠죠. 봉투 받고 이런 사람 공천하면 안 되겠죠. 친일 발언하면 안 되겠죠”라고 덧붙였다. 양 후보 발언은 국민의힘 후보들이 촉발한 논란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국민을 주권자로 인정하지 않거나 일부 지역을 폄하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야말로 진정 국민이 책임을 물어야 할 막말”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인이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문제 삼기 어렵다는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이는 양 후보 공천은 취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표는 최근 노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서울 종로) 후보와 자주 통화했다며 “곽 후보가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과거에 한 발언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꼭 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누구도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한 언사를 비판할 수 있지만 최소한 국민의힘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 언론은 양 후보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노 전 대통령을 “가면 쓴 미국인”이라며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공항을 폐쇄해 쫓아내야 한다”라고 비하 한 사실을 추가로 공개했다.

앞서 양 후보는 지난 16일 노 전 대통령을 '불량품'이라고 비유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현재 민주당 선대위는 양 후보의 공천 재검토 여부를 놓고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김부겸 상임선대위원장은 양 후보의 공천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재검증을 요청했으니까 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와 ‘친노 적자’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도 양 후보자 공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도 분당갑에 공천을 받은 이 전 총장은 현재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