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의대 더 뽑는다고?”… 대치동 학원가에선 ‘읍면 유학’ 움직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의대전문 입시 학원 홍보문이 붙어 있다.[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정부가 증원하는 의대 정원 대부분인 1600명을 비수도권에 배정키로 하면서, 상대적으로 의대 입시가 수월한 지방으로 일찍이 전학을 가는 이른바 ‘지방유학’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역 거주 학생을 선발하는 지역인재전형에 대한 수요에 더해, 사교육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대비 비수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내신을 받기 유리하다는 분석에서다.

1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학년도 대입부터 확대하는 의대 정원 2000명 중 80%(1600명)가량을 비수도권에 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방침이 현실화하면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 2023명에서 3623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산대 등 지방 6곳의 국립대 의대 정원은 200명 안팎으로 확대 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같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의대 증원 추진이 구체화되면서 관련 학부모들의 문의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일찍이 비수도권 소재 학교로 전학을 가는, ‘지방 유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사교육 경쟁이 덜해 높은 내신을 받기에 유리한 읍면 단위의 외곽 지역까지 경쟁적으로 알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요즘 입시설명회를 들어보면 의대 가고 싶으면 ‘탈강남 외곽’이 답이란 이야기를 많이들 해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다른 학부모도 “연고지가 아니라 막막한데, 지방 유학을 알아보는 학부모들도 정작 어떤 학교로 전학을 가는지는 다들 쉬쉬하기 때문에 결국 컨설팅 업체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연합]

올해부터 중학교를 포함해 6년 이상 특정 지역에서 거주해야 지역인재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이 강화되면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문의도 늘었다. 천안 소재 한 입시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 적응 문제도 있어 ‘배팅’을 하는 전략이긴 하지만 명문고에서 내신 7등급을 맞던 학생이 외곽 지역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 1점대를 맞은 사례도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은 아니고 실제 문의도 있다”고 했다.

입시 업계에선 이미 비수도권 수험생의 지역 소재 의대 입학이 더 수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은 비수도권 학생 수는 3446명으로, 비수도권 의대 27개 정원(2023명)의 1.7배였다. 반면 수도권 수학 1등급 학생은 6277명으로 수도권 소재 의대 12곳 정원(933명)의 6.3배였다.

최상위 이과생 대부분이 의대 진학을 노리는 정황을 고려할 때 수도권 수험생의 의대 입학이 4배가량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 분 80%를 비수도권에 배분한다면 이같은 경쟁률 격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어느 지역에 의대 정원 확대가 집중되는지, 지역인재전형은 얼마나 확대되는지에 따라 지역 간 의대 경합구도 격차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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