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일본 도쿄의 한 사무실 건물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다. [EPA]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일본 기업들이 최근 수 년만에 최대폭의 임금인상을 단행했지만 일본의 최저임금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중간값을 100으로 했을 때 일본의 최저임금의 비율은 45.6%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게 나왔으며, 60.9%인 한국과 프랑스에 크게 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내각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를 바탕으로 각국의 최저임금을 비교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9일 보도했다.
올해 대기업 정규직 등의 임금 인상률은 평균 5.28%로 3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예고했지만 최저임금은 여전히 낮아 인상이 필요하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올해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엔화로 환산해 비교하면 한국은 1080엔으로 일본의 최저임금 1004엔보다 높다. 프랑스(1786엔)와 영국(1876엔), 독일(1924엔) 등은 일본보다 훨씬 높다. 미국의 연방 최저임금도 7.25달러(약 1084엔)로 일본보다 높은데다 15달러 이상인 지역이 급증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최저임금 지침으로 중위임금의 60%, 평균임금의 50%를 제시한 바 있다. 영국도 올해까지 중위임금의 3분의 2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정노사협의(노사정 협의)’에서 2035년 무렵까지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앞당길 것을 표명했다. 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가 얼어붙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와 만성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기시다 총리는 “노동자의 7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소기업이 쓰기 쉽도록 임금 인상 제세를 확충하겠다”며 “노사와 함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완전히 탈피하기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타카하시 요코 이코노미스트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도 인상에 의해 여성들이 고용 환경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회보험 제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80%를 넘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도시로의 고용 유출이 빨라져 지방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와 정부의 디플레 탈피 의지에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의견은 묻히는 분위기다. 닛케이는 “정부가 내세우는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 정세 변화에 맞춰 기동적으로 최저임금을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