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고려아연의 제50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영풍빌딩 별관 앞의 모습.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고려아연이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가문 갈등’을 벌였던 영풍 측에 사실상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서울 영풍빌딩 별관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0기 정기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상정한 ‘현금 배당안’이 주주 62.74%의 동의를 얻어 원안대로 통과됐다.

원안대로 통과된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은 결산 배당을 5000원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안건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 양측이 그동안 첨예한 견해차를 보였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현재 별도 기준으로 7조4000억원의 이익잉여금과 1조50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이 충분한 만큼 현금 배당을 1만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이 무려 96%에 이르는 주주환원율을 요구하고 있다”며 “무리한 주주환원보다 기업환경 개선과 신규투자에 기업의 이익을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편 현금 배당안과 더불어 주총 핵심안건으로 꼽힌 ‘정관 변경의 건’은 부결됐다. 다만 정관 변경 안건의 경우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만큼 당초부터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 바 있다. 상법에 따르면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의 지분 약 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주주들이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과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캐스팅보트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주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사실상 고려아연 측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래스루이스 등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 역시 주총을 앞두고 현금 배당안에 찬성을 권고하는 등 고려아연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고려아연의 한 주주가 주총이 열린 서울 영풍빌딩 별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서재근 기자

한편 기존 핵심 안건을 제외한 ▷제3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 ▷제4호의안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제5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이날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