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제공]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경기도 일산에 사는 직장인 서모(42) 씨는 로메인과 허브를 직접 키워 먹는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채소가격 때문이다. 서 씨는 인터넷으로 구매한 화단과 흙으로 아파트 베란다에 텃밭을 꾸몄다. 채소 모종을 심어 보름에 한 번씩 수확해 상에 올린다. 그는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고기와 채소를 사면 10만원이 훌쩍 넘는다”며 “키워 먹는 게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소개했다.
채소·과일 값 급등으로 집에서 텃밭을 꾸려 직접 키워 먹는 ‘홈파밍(Home Farming)’이 늘고 있다. 씨앗이나 텃밭 세트 판매도 크게 늘었다.
G마켓이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씨 관련 제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텃밭 키우기 세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했다. 바질 등 허브식물 씨앗 매출도 같은 기간에 비해 35% 뛰었다. 방울토마토, 참외 등 과실 씨앗 매출 역시 27% 증가했다. 채소 씨앗 매출 역시 13%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직접 심어 키우는 씨앗으로 구성한 제품부터 텃밭 화분, 흙, 영양제 등을 함께 구성한 세트까지 다양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12.3%로, 과일(40.6%)과 함께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가격 정보를 보면 시금치, 깻잎, 청상추 등 가격(18일 기준)은 평년보다 30~40% 뛰었다. 특히 방울토마토 1㎏ 가격은 1만6932원으로 평년(8956원)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씨앗은 한 봉에 1000~2000원 수준이다. 모종 가격도 한 뿌리에 1000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한 번 심으면 여러 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42) 씨 역시 홈파밍족이다. 테라스에 조그만 텃밭을 두고 봄이 오면 상추나, 방울토마토 등을 심는다. 그는 방울토마토는 1년에 100알 정도 수확하지만, 샐러드에 올려 먹기에는 충분하다고 했다. 김 씨는 “채소가격이 워낙 올라 올해는 두 배로 재배량을 늘릴 계획”이라며 “가격이 많이 오른 고추 재배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강동구에 사는 신모(37) 씨 역시 아이들 교육용으로 산 식물재배기로 채소를 키울 생각이다. “아이들 정서 함양을 위해 꽃을 키우려고 샀는데 상추, 허브 등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재배 식물을 심어볼까 한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텃밭 키트를 분양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강남구가 대표적이다. 강남구는 지난 18일부터 텃밭 세트 990개를 구민들에게 세트당 8600원에 선착순 분양했다. 세트는 상자와 배양토 50ℓ, 상추·치커리 모종 각 4종 등이 담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가 들어간 과일이나 채소를 비싸다고 안 먹을 수는 없다”며 “홈파밍은 친환경, 키우는 재미, 절약 등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