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 서울 광진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인 고민정 의원(왼쪽)이 18일 자양전통시장을 찾은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안대용·박지영 기자] “뭔 말이 필요해. 나는 이 동네 토박이인데 무조건 고민정이야.”(자양전통시장에서 만난 60대 여성)
“요새 하는 것만 봐도 매번 야당이 발목만 잡고 있잖아. 이제 오신환으로 바꿀 때가 됐어.”(80대 남성 정모씨)
“투표하러 가긴 갈 건데 아직 마음을 정하지 않았어요. 지지하는 정당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요.”(건국대 근처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모씨)
18일 헤럴드경제가 서울 광진구을 선거구 지역 곳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여야 거대 정당의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선거 분위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자 지역구 현역인 고민정 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여당 후보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맞대결을 펼친다는 걸 모르는 이는 찾기 어려웠다. 여야가 중요한 승부처로 인식하는 ‘한강벨트’의 한 축이고, 전국 254개 전체 선거구 중 가장 먼저 대진표가 확정된 곳답게 총선 열기는 이미 고조되고 있었다.
과거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이 지역은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15·16·18·19·20대 총선에서 승리했고, 직전 21대 총선에서 고 의원이 당선됐다. 2004년 17대 총선 때도 열린우리당 김형주 후보가 당선됐다. 하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의 경우 광진구 전체를 기준으로 볼 때 국민의힘 후보자의 득표수가 민주당 후보자보다 많았다.
현역인 고 의원 지지 의사를 밝힌 시민들은 정권심판론과 현역 임기 연장에 따른 지역 이익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건국대 인근에서 만난 40대 남성 이모씨는 “윤석열 정권 2년간 실망만 했다”며 “고 의원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자양동에서 만난 70대 여성 정모씨는 “4년간 해본 고민정이가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오 전 의원을 지지한다고 한 이들은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지역을 발전시킨 게 없다’고 성토했다. 건대입구역 근처 백화점 앞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그동안 공약을 지킨 게 보이지 않는다”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들 한다”고 했다. 60대 남성 한모씨도 “이번에는 바꿀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4·10총선 서울 광진구을 국민의힘 후보인 오신환(왼쪽) 전 의원이 18일 구의역 4번 출구 앞에서 시민과 사진을 찍고 있다. 박지영 기자. |
오 전 의원은 오전 10시 구의역 4번 출구 앞에서 “사람을 바꾸면 광진이 바뀐다”고 외치면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차를 운전해 지나가다가 오 전 의원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거나, ‘셀카’를 요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60대 남성은 “이번에 지면 안 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오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부시장을 그만두고 와서 지역 현안들을 챙겨왔다”며 “부시장 할 때부터 지역 숙원 사업들 챙기는 과정에서 ‘일 잘한다, 광진에 와달라’는 말씀들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시에 대한 비전을 가져야 하는데 여기가 상대적으로 낙후된 베드타운”이라며 “도시계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흥망성쇠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전 11시 자양전통시장에서 상인들, 시민들과 인사에 나선 고 의원은 4년간 현역 의원으로 지내면서 쌓은 친화력을 무기로 표심을 다졌다. 고 의원이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고 다니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한 시민은 “다리는 많이 나았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고 의원은 “4년 전엔 하나 하나 설명하느라 바빴는데 지금은 굳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다르다”며 “지역이 얼마나 변했는지, 제가 어떤지를 시민들이 더 잘 아시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남성은 “고 의원이 성격도 차분하고 옳은 답을 많이 준다”며 “서민정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일상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정쟁 사안이 아니라 ‘물가’라고 했다. 다만 최근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을 비롯한 여권발 정치권 현안 영향으로, 출퇴근 시간에 인사하며 마주하는 유권자들의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이 지역에선 건국대와 인근 상가, 주택가를 품고 있는 화양동을 ‘스윙보터’로 꼽는다. 때문에 판세를 가를 표심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여야 후보들도 이곳에서 출퇴근길 인사를 거듭하며 표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행정안전부의 행정동별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현황 통계를 보면 화양동은 지난달 기준 세대당 인구가 1.28명으로 광진구에서 가장 적다. 학생들을 비롯해 주로 2030세대 1인 가구가 모여 있다는 의미로, 여야는 이곳에 부동층 표가 몰려 있다고 본다.
건국대 근처에서 만난 20대 여성 이모씨는 “투표를 하러 가긴 할 건데 아직 마음 속에 두고 있는 후보는 없다”며 “공약을 좀 더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20대 남성은 “아직 투표하러 갈지 말지도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