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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 경기 수원시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모(43) 씨는 최근 자신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을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열심히 물타기를 한 끝에 평단가 7만9000원대까지 낮췄지만, ‘손절’을 감수하지 않고선 탈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좀처럼 주가가 오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 씨는 “연초 8만원 선 턱밑까지 도달했을 때만해도 지난 2년여간 고생했던 것을 떠올리며 추가 상승에 베팅, 매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면서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 10만원 선보단 다시 6만원 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걱정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 중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농담을 섞어 ‘자식들에게 물려줘야 익절할 수 있겠다’는 푸념도 자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가장 많은 소액주주를 보유하고 있어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 초반대 ‘박스권’에 갇혀있는 모양새다. 1분기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6분기 만에 ‘턴어라운드(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기대 아래 증권가에서 ‘10만전자’ 고지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와 달리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현실에 개인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10시 19분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4%(900원) 하락한 7만1900원에 거래 중이다.
전날 종가(7만2800원) 대비 0.69% 하락한 7만23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한때 7만17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 하락세는 오전 10시(잠정)까지 각각 400억원, 387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기관 투자자가 주도하고 있다.
이날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는 모바일 부문 글로벌 시장 경쟁자인 애플이 올해 인공지능(AI)이 탑재된 아이폰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소식이 꼽힌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애플이 곧 출시할 아이폰 운영체제 iOS 18에 자체 AI 모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능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미지를 만들고 글을 작성하는 기능을 포함하는 생성형 AI 기능을 강화할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구글 뿐만 아니라 MS의 지원을 받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도 비슷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AI 분야에서 뒤지면서 미래 성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직면한 애플은 현재 생성형 AI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초 “애플이 AI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올해 말 생성형 AI 활용 계획을 자세히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제미나이를 탑재한 신제품 갤럭시 S24를 출시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개최한 ‘AI 개발자 콘퍼런스(GTC 2024)’에서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인 ‘블랙웰(Blackwell)’을 비롯해 이를 기반으로 한 ‘B200’ 칩 등을 공개하면서, 주가 상승 기대가 해소된 점도 이날 삼성전자엔 주가 약세 이유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 전날 종가까지 7.26%나 하락했다. 엔비디아발(發) 글로벌 AI 투자붐이 불었던 최근 1개월 간 주가도 0.27% 하락하는데 그쳤다.
이런 흐름 속에 ‘삼전개미(삼성전자 투자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도 두드러졌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521만6409명으로 전년 대비약 116만명, 18.2% 감소했다.
다만, 증권가에선 당장 올해 1분기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란 데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취합한 국내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 평균)는 4조7989억원으로 전년 동기(6402억원) 대비 649.59% 폭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1주 전 컨센서스(4조6812억원)에 비해서도 상승한 수치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4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는 것은 2022년 4분기(4조3100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특히, 1분기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이 흑자로 전환될 것이란 데 증권가에선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체 시장에서 약 40%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D램과 낸드(NAND)의 판매 가격이 점차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기대보다 더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1분기 삼성전자의 메모리 판매가격 상승률은 D램이 18%, 낸드는 29%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약진도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부터 8단 HBM3E(5세대)를 출하할 예정이다. HBM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열풍에 따라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고부가가치 반도체로,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성능이 높다. 이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3를 개발한 SK하이닉스와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왔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초기 의사결정은 늦었지만,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경쟁사에 밀리지 않기 위해 아직 8단 HBM3E 제품 출하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벌써 12단 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8단 제품 매출액은 하반기 중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들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9만4348원에 이른다. 현재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이 31.22%에 이른다.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10만5000원)을 비롯해 SK·메리츠·하나증권(10만원) 등 4개 증권사가 ‘10만전자’ 이상의 목표주가를 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