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세계 최초로 HBM3E 대량 양산…엔비디아에 납품

SK하이닉스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5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 HBM3E의 대량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1월 초기 양산을 시작하고 고객사와 함께 품질인증을 거친 후 3월 말부터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SK하이닉스는 “HBM3에 이어 현존 D램 최고 성능이 구현된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의 HBM3E는초당 최대 1.18TB(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230편 분량이 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효과적인 발열 제어가 필수인 AI 메모리에 탑재되는 만큼 SK하이닉스는 신제품에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 공정을 적용, 열 방출 성능을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시켰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공정보다 칩을 쌓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휨 현상 제어(Warpage control)도 향상해 HBM 공급 생태계 내에서 안정적인 양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이 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에 성공한 HBM3E 제품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HBM3E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될 예정이다. 이날 엔비디아는 B200 GPU가 72개 탑재되는 GB200 슈퍼칩을 공개했다. B200에는 HBM3E가 8개 탑재될 전망으로, 단순 계산하면 1개의 제품에 무려 576개의 HBM3E가 들어가는 셈이다.

류성수 SK하이닉스 부사장(HBM 비즈니스담당)은 “당사는 세계 최초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며 “그동안 축적해온 성공적인 HBM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고객관계를 탄탄히 하면서 ‘토털(Total) AI 메모리 프로바이더(Provider)’로서의 위상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엔비디아와 함께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후 생산 노하우를 축적하며 시장을 선도해왔다.

SK하이닉스는 HBM3E를 넘어 2026년 양산을 목표로 6세대 제품 HBM4도 준비하고 있다. HBM4부터는 16단 적층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D램 두께가 얇아지고 발열과 신호 간섭 등 문제가 커지기 때문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콘퍼런스에서 HBM3E 16단 기술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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