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카드로 ‘밸류업 핵심’에 다가선 정부…“배당시장 5배로 커질수도”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사실 기업들을 만나보면 ‘밸류업 프로그램’에 눈치를 많이 보는 분위기였어요. 그런 면에서 정부가 법인세 인하 카드는 시장 의구심을 덜어내는 데 핵심 신호가 될 겁니다.”

하루에도 여러 곳 기업탐방을 다니는 한 펀드매니저는 올 들어 기업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이게 정말 될까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았다고 한다.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 얘기다. 그는 “법인세 카드로 갈팡질팡하는 기업들에게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여줬다면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투자자들을 더 불러모으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 배당 늘리면 법인세 깎아준다”=정부가 주주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소각하는 상장 기업에 대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추진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많은 기업이 주주 환원 확대에 참여토록 유도하기 위해 주주 환원 증가액의 일정 부분에 대해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제 지원 후속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주주 환원액 중 일정 부분을 세액공제해 법인세 과표를 낮춰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전년’ 또는 ‘최근 3년 평균’ 등 구체적 주주환원액 증가 기준점과 감면 비율 등은 현재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제율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는 이른바 ‘벚꽃 배당’ 기간인 3·4월 배당 추이 등을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뒤 이르면 4~5월 중 결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배당을 확대한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세 부담도 줄여주겠다고 예고했다.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분리 과세 방식을 다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다. 시장에선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금은 연간 배당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9.5%) 대상이 된다. 분리과세를 도입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합산하지 않고 원천세율(15.4%)로 저율 과세한다. 다만, 이날 발표한 정책은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국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의구심 컸던 밸류업, 탄력받을 듯”=세제 지원에 대한 큰 그림이 제시된 만큼 밸류업 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 매력도를 낮췄던 현행 높은 세부담의 완화는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는 조치”라며 “(법인세에) 배당소득세 완화까지 현실화되면 한국의 주요국 증시 대비 낮은 배당성향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블룸버그를 통해 집계한 최근 10년간 주요국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한국은 평균 27.7% 수준으로 미국(42.8%)과 일본(35.9%)와 격차가 크다. 이 마저도 자사주 소각을 제외한 집계로 실질적인 주주환원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시장에선 배당소득세 경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한 핵심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저평가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주주 환원도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배당 등 주주환원 공급자인 기업에게 법인세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줬다면 투자 수요자인 주주 측면에선 배당소득세를 분리과세해 줄 필요가 있다. 두 안이 모두 나오면 한국 배당시장은 적어도 5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과 주주 모두를 위한 ‘투 트랙’의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세제지원은 법 개정 사안이라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팎에선 22대 국회가 꾸려진 뒤 입법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무작정 세금을 깎아줬다가는 세수가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부담 요인이다. 한 여당 국회 기재위 의원은 밸류업 세제 지원 관련 논의를 묻는 질의에 “법인세 인하는 당 기조상 꾸준히 추진하려고 했지만 야당에서 ‘부자 감세’를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