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 수수료 6% 폐지…에이전트업계 충격파

부동산 업계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지난 15일 미주리주에서 집단 소송을 제기한 셀러 연합과의 합의로 4억1,800만달러를 손해 배상금으로 지급하고 기존 관례였던 6%의 커미션 규정을 없애는 것에 합의했다.

미주리주 캔사스 시티 연방법원은 지난해 10월 약 50여만명에 달하는 미주리주 주택 바이어들이 제기한 부동산 업계 독점금지 집단소송을 검토한 후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와 대형 부동산 브로커지 등이 그간 상호 공모해 부당 이득을 챙겨온 것으로 판단, 약 18억달러에 달하는 배상을 하도록 명령했다.

1심 판결 후 약 5개월 가량이 지난 3월 15일 양측은 기존 합의금(4억 1800만달러) 지급 외에 기존 커미션 관례였던 6% 규정을 없애는 것에 합의했다.

양 측의 합의안을 연방법원이 승인하면 오는 7월부터 6% 커미션 폐지 조항이 적용된다.

부동산에이전트
[pexels.com]

●이번 합의의 여파와 그 명암은

그간 미국의 커미션 규정은 셀러가 전체 집값의 약 6%를 커미션으로 부담하면 셀러 에이전트와 바이어 에이전트가 이를 절반씩 나눠가졌다.하지만 법원이 NAR과 대형 부동산 브로커지 회사들이 인위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유지하기 위해 이 규정을 공모했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앞으로는 협회가 아닌 셀러와 에이전트 간 협상으로 수수료가 정해진다.

업계에서는 부동산 중계 수수료 비율이 기존 6%의 절반인 3% 또는 이보다 약간 높은 4%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곧 현재 연간 약 1000억달러 규모인 셀러의 커미션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바이어측 에이전트에 대한 커미션 부담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NAR 은 이번 합의에 따라 커미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협회 소속 회원 150만명 중 약 2/3에 해당하는 100만명 가량이 업계를 떠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셀러와 바이어 그리고 에이전트에게 미칠 영향

우선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셀러들이다. 손쉬운 계산을 위해 LA 카운티에서 100만달러 주택 거래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6%커미션의 경우 6만달러를 셀러측이 부담해야 하지만 커미션이 3%로 줄어들면 이 비용 또한 3만달러로 반감된다.

바이어들 역시 혜택이 있다. 이 합의에 따라 셀러들이 상당한 돈을 절약할 수 있게 되면 커미션 해결을 위해 집값을 높일 필요가 없어지고 이에 따라 재고도 늘면서 집 사기가 좀 더 편해질 수 있다.

에이전트의 경우 상황에 따른 계산이 복잡하다. 많은 리스팅을 가진 셀러 전문 에이전트라면 생각보다 타격이 적을 수 있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커미션이 반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바이어 에이전트와의 분배 문제만 사라질 뿐 자신의 소득은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레드핀이나 질로우 등과 같은 대형 부동산 플랫폼으로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 이미 자체 시스템을 통해 1~2% 커미션 시스템 지급을 정착시켰고 상당수의 바이어들이 에이전트 없이 온라인을 통한 구매에 끌려 더 많은 고객 확보도 가능하다.

반면 바이어 전문 에이전트들과 NAR 그리고 각 지역 부동산 협회들은 그야말로 대 위기다. 바이어 에이전트의 경우 거래 성사의 빈도가 월등히 낮은 데다 커미션 6% 양분 원칙까지 폐지되면 그야말로 수익원을 잃을 수도 있다.

물론 셀러와 셀러측 에이전트가 수수료를 지급할 수도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커미션 6% 폐지 정책 그 자체가 바이어 에이전트 무용론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협회들도 역시 고민이 깊다. NAR의 예상대로 현 회원 150만명 중 최대 2/3에 달하는 100만명 정도가 업계를 떠나게 되면 그 영향력이 급감하고 회비나 기타 관련 수익도 떨어지게 된다. 특히 캘리포니아나 뉴욕 , 텍사스, 그리고 플로리다 등 인구 밀집 지역을 제외한 곳의 부동산 관련 협회들은 존속 여부를 고민해야 할 수도 있다.

●에이전트 현장 반응

한인 부동산에이전트 대부분은 위기 의식이 크다. 리스팅을 가진 에이전트의 비율이 타 인종에 비해 크게 낮은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발표되면서 업계 이탈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OC 지역에서 소형 브로커지를 운영 중인 한 부동산회사 대표는 “70~80%는 소득이 줄어 생계를 위협받기 때문에 다른 직종으로 전업할 것”이라며 “한인 에이전트들은 일부 2~3세를 제외하면 한인 바이어들이 주 소득원인데 커미션 6% 폐지는 이직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한숨지었다.

셀러와 바이어 고객의 비율이 약 절반이라고 밝힌 한 에이전트도 “나만 해도 다른 에이전트에 비해 셀러가 많은 편인데도 걱정이다. 얼마 전 가족들과 잠재적인 소득 급감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업계와 나름 연관이 있어 그간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건물 관리 등 대체직종을 알아보고 있고 아내도 파트 타임이라도 얻어 소득 감소에 대비하려 한다”라고 한숨지었다.

LA에서 고가 리스팅이 많기로 소문난 한 럭셔리 주택 전문 에이전트는 큰 걱정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이 에이전트는 “현재 대다수의 고객이 셀러인데다 바이어들 역시 기존 셀러들이 집을 옮기거나 세컨드 홈 등을 구매하는 경우여서 사실상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단 대형 브로커지라도 자신만의 리스팅이 적은 에이전트나 업계 초보일 경우 빠른 이직을 알아보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특히 이제 막 업계에 입문했거나 입문을 고려 중인 에이전트라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물론 입사할 브로커지의 대표가 좋은 멘토로써 이끌어 주거나 신입 양성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경제적 보상(유사 기본급 및 소득원 제공)을 제시한다면 상황은 다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한승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