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이재명 입, 여야 ‘지지율 자신감’에…‘조국 견제’도[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21일 광주 전남대 후문 상가 밀집지역을 방문, 이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과 함께 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이 한층 강경해지고 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을 부각 시키며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이 왕이고 지배자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권력을 회수할 때”라는 등의 직설 화법이 늘어나고 있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으로 선거 판세가 유리하다는 판단과 ‘지지율 돌풍’을 몰고 온 조국혁신당을 견제하는 심리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도피' 논란을 일으킨 이종섭 주 호주 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선거 구도가 ‘이재명 대 한동훈’에서 ‘이재명 대 윤석열’로 전환됐다는 관측이 많다. 계기는 국민의힘쪽의 ‘용산발 리스크’로 터져나온 ‘이종섭·황상무’ 논란이다. 현 정부에 비판적 여론을 확산시키며 ‘정권 심판’ 프레임에 힘을 실었다. 20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3년차에 치뤄지는 선거로, 정권을 대상으로 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하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불리했던 판세가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 사태로 뒤집힌 상황”이라며 “정권 심판론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고 말했다.

판세 변화는 여권도 인식하고 있다. 당·정은 총선 용산발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날 이종섭 주호주대사 조기 귀국했고, 전날 윤 대통령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사의를 수용했다.

민주당은 이번 논란을 총선까지 끌고 간다는 방침이다. 이날 오전 홍익표 원내대표,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가 이 대사의 귀국 현장에 총출동해 항의 시위를 열었다.

이 같은 판세 변화는 이 대표의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틀 연속 거침없는 발언으로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19일에는 대장동 사건 관련 재판에 총선 유세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이 대표는 19일 춘천 중앙시장과 명동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 “이제는 권력을 회수할 때다. 그 서슬 퍼런 박근혜 정권도 우리가 힘을 모아서 권좌에서 내쫓지 않았나”라고 했고, 전날에는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인 인천에서 “나라의 국민이 주인이 아니라 자신이 왕이고 지배자라고 생각한다. 4·10에 반드시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비례대표 후보자 등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관권선거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정권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이 대표의 발언 수위 변화에는 조국혁신당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세가 예상보다 높은 상황이 이 대표의 견제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제가 민주당 이탈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조국 대표가 민주당보다 더욱 윤석열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선명성 차원에서 야권의 지지세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비례대표 의석을 뺐길 수 있다. 총선 이후를 고려하면 조국혁신당의 득표율에 따라 이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권 지형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조국 대표가 조국혁신당을 창당한 후 인사차 이 대표를 방문했을 당시 서로 손을 맞잡았지만, 현재는 지지율 돌풍을 일으키는 조국혁신당에 견제구를 날려야 할 상황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이 대표가 더불어민주연합과 함께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며 “선대위 회의도 공동으로 연 배경에는 조국혁신당 지지율을 고려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날 민주당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처음으로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를 가졌다. 이날도 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은 광주에서 현장 선대위 회의를 같이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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