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이어 파월도 “물가 아직 ‘울퉁불퉁’”…변동성 경고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여전히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두 나라 중앙은행장 모두 '울퉁불퉁(bumpy)'이라는 표현을 통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2%)에 이르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에서 예상되는 위험과 변동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연준은 19∼20일(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여전히 한국(3.50%)보다는 2.0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6월 약 15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7월 다시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을 밟았지만, 이후 9·11·12월과 올해 1월에 이어 이번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를 묶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 "우리는 지난 2개월(1∼2월)간 울퉁불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지표를 봤다. 앞으로도 울퉁불퉁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1∼2월 물가 지표가 2% 물가 목표 달성의 자신감에 힘을 보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과거 통화정책 사례는 금리를 섣불리 내렸다가 다시 올리지 않으려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는 올해 말 금리 전망치 중간값이 작년 말 발표 당시와 같은 4.6%로 제시됐다. 현재 금리 수준(5.25∼5.50%)을 고려할 때 연내 0.25%포인트씩 세 차례 정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유지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말 전망치의 경우 오히려 3.6%에서 3.9%로 0.3%포인트 높아졌다.

결국 이날 연준은 '연내 금리를 낮추겠지만 서두르지 않고, 이후 인하 속도도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도 마찬가지로 상황을 보고 있다. 지난달 22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된 직후 "물가가 지금 굉장히 울퉁불퉁한 길을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금통위원은 아직 금리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해 올해 말 2%대 초반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 안정기 진입의 마지막 과정에서 유의할 리스크가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섣부른 긴축기조 선회가 정책 신뢰를 저해하고 금융시장에 부채 증가와 위험 쏠림 시그널(신호)을 제공할 위험에 유념해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한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큰 흐름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인 2%를 향해 내려가겠지만, 그 과정에서 유가나 농식품 가격 등의 변수에 따라 적지 않게 출렁일 수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앞서 1월(2.8%) 6개월 만에 2%대로 떨어졌다가, 불과 한 달 뒤 2월(3.1%)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불안한 물가 상황과 연준의 동결 등으로 미뤄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12일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다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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