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전공협 ‘의견조회’ 요청 자격 없다…’종결’”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서울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16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병원에서 의료진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제노동기구(ILO)가 대한전공의협의회(전공협)의 의견조회(Intervention)에 대해 의견조회 요청 자격이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처리했다.

고용노동부는 21일 “ILO 사무국은 노사단체의 의견조회 요청이 접수되면 통상 수 일내 해당국 정부에 접수 사실을 통보하고 정부의 의견을 요청한다”면서 “그러나, ILO 사무국에서는 관련 통보가 없었고 이에 정부가 ILO 사무국에 문의한 결과 이와 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ILO 사무국에 따르면 의견조회 요청 자격은 ILO의 노사정 구성원인 정부 또는 국내외 대표적인 노사단체로, 전공의협의회는 의견조회 요청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ILO 사무국은 노사단체의 의견조회 요청이 접수되면 통상 수 일내 해당국 정부에 접수 사실을 통보하고 정부의 의견을 요청한다. 앞서 지난 2022년 화물연대의 의견조회 요청 당시에도 ILO 사무국은 11월 28일 문서를 접수한 후 12월 2일 주제네바대표부로 의견조회 요청 서한을 송부한 바 있다. 하지만 전공의협의회가 지난 13일 요청한 의견조회에 대해선 ILO 사무국이 사실상 ‘각하’ 처분을 한 셈이다. 정부 또는 국내외 대표적인 노사단체가 이난 만큼 의견조회 요청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의료법 제59조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며 “ILO는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 조항’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제공한 모든 형태의 강제 또는 의무 노동을 금지하고 있고, 한국 국회는 2021년 2월 해당 협약을 비준한 바 있다”는 이유로 의견조회를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법 제59조의 업무개시명령은 ILO 강제 노동 금지 조항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은 ‘의료법 제59조’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진 않았지만, 전공의협의회가 ILO의 의견조회를 요청한 사유인 강제노동 관련 내용은 한국이 2021년 4월 비준한(2022년 4월 발효) ILO 제29호 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다. ILO 협약 제2조제1항에선 강제노동을 ‘어떤 사람이 처벌의 위협 하에서 강요받았거나 자발적으로 제공하지 않은 모든 노동이나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선 ‘국민 전체 또는 일부의 생존이나 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이나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강제노동 적용의 제외 요건이다.

다만 고용부는 지난 14일 “의료서비스 중단은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조치”라며 “이는 ILO 제29호 협약 제2조제2항에서 규정한 강제노동의 적용 제외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실관계를 검토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보장하기 위한 불가피하고도 정당한 조치였음을 ILO 사무국에 적극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ILO는 1919년 설립된 국제연합(UN) 산하 기구로, 현재 18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있다. 각국의 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사회정의 확립을 위해 모니터링·자문·권고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년 152번째 가입국으로 ILO 핵심협약 8개 중 7개를 정식 비준했다. ▷취업의 최저연령 최저연령(제138호) ▷가혹한 형태의 아동노동 철폐에 관한 협약(제182호) ▷남녀근로자 동등보수 협약(제100호) ▷고용 및 직업상 차별대우에 관한 협약(제111호) ▷강제노동 협약(제29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의 보장 협약(제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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