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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경찰청 대강당에서 안보수사 지휘역량 평가시험에 응시한 시·도경찰청 안보수사팀장과 책임수사관들이 평가시험을 치르는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지난 1월 1일부로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모든 안보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이 수사 초기부터 예산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경찰은 정보 예산이 부족하다며 예산 추가 배분을 국정원에 요청하고 있으나 배분권을 가진 국정원은 수사단계 이전의 첩보 활동에 필요한 예산임을 강조하며 예산 재배분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경찰 안보수사역량강화 예산은 총 425억7200만원이 배정됐다. 이 가운데 322억원은 국정원이 조정하는 ‘정보예산’이며 나머지는 일반예산이다.
일반예산은 사무실 책상이나 비품 구입 등 수사·정보 업무와 무관한 영역에 쓰이는 돈이다. 안보수사에 필요한 핵심 예산은 정보예산이다. 정보예산 안에는 수사예산, 교육예산, 장비구입용예산 등으로 각 세목별로 나눠져 있다. 정확한 항목과 각각에 배당된 금액은 2급 비밀에 해당한다. 항목별로 배당된 금액은 각 용도에 맞게 지출·증빙 되어야 하며 다른 용도로 전용하려면 국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경찰은 수사예산이 기본적으로 너무 부족하다고 호소하며 국정원에 예산을 더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은 경찰에 예산을 더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정원에서 넘어온 수사기록이 트럭 몇 십 대에 실려올 만큼 경찰의 업무량은 늘어났지만 올해 예산은 2023년도 예산(315억4800만원)과 비교해 단 110억원이 늘었을 뿐이다.
한 안보수사 경찰은 “대공수사란 소위 말해 ‘간첩’을 잡는 일이다. 도둑 잡고 사기범 잡는 것과는 수사 규모 자체가 다르다. 쉽게 말하자면 간첩 한 명 잡는데 10년의 시간, 10억원이 든다고 할 수 있다”며 “수사로 전환하기 이전 단계에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에 경찰 입장에서는 이 정도 예산으로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수사만 안 할 뿐 정보활동은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있으니, 본인들 역시 써야할 예산을 줄이지 못한다고 경찰에 설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예산에 발목잡힌 경찰은 다음달 10일 총선 결과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당을 차지할 경우 3년간 공력을 들여 이관해온 대공수사권을 다시 국정원에 넘겨야 할 수도 있어 더욱 좌불안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 복원’ 공약을 내건 바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4월 목련이 피는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 바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올해 안보수사심의관을 단장으로 한 안보수사단을 구성, 총 142명을 배치했다. 기존에는 49명이었다. 각 시도청에도 안보수사대 수사관을 1127명까지 늘렸고 이 가운데 순수 대공 수사 인력만 700여명으로 이전 400여명에서 크게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