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오르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진·신현주 기자] 이종섭 주호주대사 문제로 촉발된 여권의 총선 위기론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이 대사 귀국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권심판론 띄우기’에 나서자, 수도권 후보들부터 “이대론 안 된다”는 아우성이 나왔다.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텃밭인 대구·경북(TK)마저 표심 이탈 조짐이 감지된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22일 헤럴드경제에 “이 대사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인사에 있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았는데, 잠깐 귀국했다고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다”며 “(이 대사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야권 지지세가 강한 경기 지역의 한 후보는 “민주당의 공세가 여전하고, 말끔하게 정리된 게 아니다”라며 “다음주 초까지 여진이 있을 텐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해낼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 대사에게 제기된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관련 수사 속도를 내지 못하는 만큼, 선거일까지 이 대사 문제가 ‘살아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대사가 귀국한 전날 3선의 김태호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귀국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김 의원은 영남권 격전지인 낙동강 벨트의 핵심 축인 경남 양산을에서 뛰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대화방에는 이 대사의 귀국 결정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9일 이양수 의원(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이 “강원도에도 여파가 밀려온다”며 수도권 선거 우려를 전했고, 경기 지역 중진들이 호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여권 후보들은 비례대표 후보 사퇴 사흘 만에 대통령실 민생특보에 오른 ‘친윤’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인사의 파장도 주시하고 있다.
텃밭 민심도 심상치 않다. 과거 발언이 논란을 빚은 도태우·장예찬 후보에 대한 지도부의 공천 취소 결정을 놓고 보수층 물밑에서 ‘홀대론’이 꿈틀대면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TK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 대비 5%포인트(p) 하락한 56%를 기록했다. 지역구 투표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한 TK 응답률은 8%p 내린 49%로 조사됐다. 전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구 동성로 유세 현장에서는 “집토끼도 뛸 줄 안다”는 팻말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권은 사법리스크, 막말, 종북 등 온갖 논란이 있는 후보들을 공천 취소하지 않고 있어 더욱 대조적”이라며 “중도를 잡으려다 보수가 흔들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짙어지자 4선의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종섭 대사의 문제가 더 이상 분열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부디 상대에 대한 비판보다는 단합의 지혜를 모아주시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 대사의 거취 문제가 여권 내 추가 갈등을 부를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황상무 수석, 이종섭 대사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당의 요구를 전부 수용한 만큼 당장 추가 갈등이 있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도 당분간 결집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당장 다음주에는 위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총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보수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