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이어 조수진도 낙마…민주, 후보 등록 막판까지 공천잡음[이런정치]

2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앞줄 가운데) 대표가 조수진(왼쪽), 류삼영 후보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사실상 더불어민주당 공천의 마지막을 채웠던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과거 수임한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내용으로 가해자 변호 활동을 한 것 등의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알린 것이다. 과거 막말 발언 관련 논란으로 공천이 취소된 정봉주 전 의원에 이어 또 한 번 서울 강북구을 경선 통과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서 후보 등록 마감날까지 공천 잡음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조 변호사는 이날 새벽 자신의 SNS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글을 올렸다.

조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이 입법권력까지 독점하는 폭정은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며 “출사표가 어떤 평가를 받건 그것보다 이번 총선이 중요했다”고 적었다.

이어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더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주십시오. 어제와 오늘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강북구을 주민 여러분, 부디 당에 대한 지지를 계속 보내주시기를 바란다”고 후보 사퇴와 함께 지속적 지지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4. 10 총선 승리해 주십시오”라며 “우리는 꼭 이긴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의 자진 사퇴는 자신이 과거에 맡은 성범죄 사건 변호 이력 관련 논란이 확산되는 것에 대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과거 성폭력처벌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를 받는 A씨 사건 변호를 맡았다. 한의사인 A씨가 추나요법 치료를 하던 중 여성인 피해자를 추행했다는 혐의의 사건이었다.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조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들은 피해자가 추행을 당하고도 항의하거나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은 점, 그 이후에도 A씨로부터 추나요법 치료를 받은 점 등을 내세워 ‘일반적 성추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 주장을 했다.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이 없다고 강조한 것인데, 이 같은 변론 내용이 알려지면서 2차 가해 논란이 확산됐다. 법원도 2018년 미투(#MeToo)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던 시점부터 ‘성폭력 관련 사건을 심리할 때 가급적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을 유념하면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도 지난해 7월 선고에서 “성폭력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에 반드시 정형적인 어떠한 모습이 드러나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으로 이른바 ‘피해자다움’의 행동양식이 존재한다거나 그것이 부족하다고 해 그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안 외에도 조 변호사가 과거 맡았던 성범죄 피고인 변호와 관련해 논란이 된 사건은 더 알려져 있는 상태다.

법조계에서도 변호사가 어떤 혐의의 피의자, 피고인이든 형사사건을 맡아 변호할 수 있지만, 최근 알려지고 있는 조 변호사의 성범죄 사건 변호 이력과 변론 내용을 보면 2차 가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조 변호사가 스스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민주당의 서울 강북구을 후보는 또 한 번 본선 문턱에서 낙마하게 됐다.

앞서 민주당은 3인 경선과 결선을 거쳐 정봉주 전 의원을 서울 강북구을 후보로 정했다. 하지만 과거 ‘목발 경품’ 발언 및 이와 관련한 당사자 사과 여부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4일 오후 정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취소했다.

당시 민주당은 “이재명 당대표는 경선을 1위로 통과한 강북을 정봉주 후보가 목함지뢰 피해 용사에 대한 거짓 사과 논란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쳤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해당 선거구의 민주당 후보 재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지역구 현역인 박용진 의원과 조 변호사 양자간 전략 경선을 다시 진행했는데, 조 변호사가 승리했었다. 지역구 현역이자 당내 대표적 비명(비이재명)계로 꼽히는 박용진 의원은 첫 경선에 이어 두 번째 경선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관할 선거구선관위에 이날 오후 6시까지 후보 등록 절차를 마쳐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마감 시간 내에 후보자를 결정해야 한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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