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앞장섰던 유럽의 원전 회귀…에너지난·기후위기에 첫 원자력정상회의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유럽이 ‘탈(脫)원전’ 기조에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장국인 벨기에 정부는 21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공동으로 ‘원자력 정상회의(Nuclear Energy Summit)’를 개최했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 발전 촉진을 위한 원전의 역할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유럽에서 원자력에만 초점을 둔 정상급 회의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연설에서 “원전의 안전한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대규모 청정 에너지원을 대규모로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며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0)를 향한 가성비 좋은 경로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원전 분야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원전 수명 연장뿐 아니라 대규모 투자와 소형모듈원자로(SMR·발전 용량 30만㎾급) 등 기술 혁신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도 “우리는 원자력 분야에서 70년 넘은 전통을 갖고 있다”며 “넷제로 목표와 지정학적 관점에서 볼 때 유럽 국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는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 산업을 다시 육성하겠다는 확 달라진 유럽 내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도 이날 회의를 두고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행사라고 평가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성 문제로 한동안 유럽에선 원전과 관련 산업이 사양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천연가스·원유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 독립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겠다는 EU의 목표 달성이 여의찮을 것이란 경고음이 나오면서 원전이 ‘저탄소 청정에너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프랑스가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최근 전 세계적인 차세대 원전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도 적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는 그러나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원전 기술의 부작용이나 안전성 논란에 대해선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들은 회의장 밖에서 원전은 위험하고 풍력이나 태양에너지 같은 재생에너지가 훨씬 더 실용적이고 가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며 회의를 규탄했다.

이날 회의에는 EU 회원국들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을 포함한 30개국 정상과 대표단과 관련 업계 전문가가 참석했다. 한국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여했다.

회의는 원자 핵분열을 형상화한 102m 높이 조형물인 ‘아토미움’ 인근에서 열렸다.

아토미움은 1958년 브뤼셀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지어진 랜드마크로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을 염원하는 뜻을 담은 상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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