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에 승리한 호주에 밀려 아시아 3위→4위 하락
이대로라면 3차 예선서 일본·이란·호주 중 한 팀과 한 조
한국 축구대표팀이 홈에서 태국과 무승부에 그치면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길이 더 험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에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한 수 아래로 여겨지는 태국을 상대로 시원한 다득점 승리를 거뒀다면 카타르 아시안컵 졸전, 그리고 거듭된 ‘사건’과 ‘추문’을 뒤로 하고 기분 좋게 ‘새 출발’을 선언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더 뼈아픈 부분은, 한국이 4월 발표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호주에 역전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한국은 가장 최근인 2월 발표된 FIFA 랭킹에서 22위다.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 중에서는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순위에 있다. 4번째인 호주는 23위로 한국의 바로 아래에 있다.
그런데 한국이 태국과 무승부에 그친 반면, 아시아 2차 예선 I조의 호주는 레바논에 2-0 완승을 거두면서 한국을 제치고 아시아 3위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의 2월 FIFA 랭킹포인트는 1,566.21점, 호주는 1,554.82점이다.FIFA 랭킹 산정 방식에 따라 전날 경기 결과를 반영하면, 한국은 7.47점을 빼앗겨 1,558.74점이 된다. 24위로 두 계단 내려앉는다.
반대로 호주는 4.62점이 더해져 1,559.44점이 된다. 23위를 지키며 한국을 앞서게 된다.현재 FIFA 랭킹 산정 방식은 ‘의외의 결과’가 나왔을 때 약팀은 많은 랭킹포인트를 얻고 반대로 강팀은 많은 랭킹포인트를 잃는 게 특징이다.
한국이 태국에 패배한 건 아닌데도 랭킹포인트를 7.47점이나 잃은 건 이 때문이다. 태국의 FIFA 랭킹은 101위로 한국보다 무려 79계단 아래에 있다.
한국은 지난해 9월부터 아시아 3위를 유지해왔는데, 태국전 무승부 탓에 4월 발표될 랭킹에서 4위로 내려앉을 가능성이 커졌다.이대로라면 한국은 9월 시작되는 아시아 3차 예선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3차 예선은 18개 진출국이 6개 팀씩 3개 조로 나뉘어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 안에 들어야 조 추첨에서 1번 포트에 들어 유리한 조 편성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만약 한국이 4위로 조 추첨을 맞이한다면, ‘아시아 4룡’에 들어가는 일본, 이란, 호주 중 한 팀과 반드시 한 조로 묶이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한국이 ’2차 예선 통과’에 만족해선 안 되는 이유다. 3차 예선 조추첨에서 1번 포트에 들어가려면 남은 3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다시 호주를 제치고 아시아 3위가 될 수 있다.일단 26일 원정으로 치르는 태국과의 4차전이 고비가 될 거로 보인다.
3차전보다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일본 출신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조련한 태국은 단단한 수비 조직력과 날카로운 역습을 앞세워 한국 원정에서 승리나 다름없는 무승부를 거두며 기세를 올렸다.
반면에 황 감독의 ‘색깔’을 입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한국은 우왕좌왕했다. 4차전까지 과연 얼마나 전술적 완성도를 높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태극전사들은 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는 방콕의 무더위와도 싸워야 한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태국은 강팀을 상대하는 매뉴얼이 상당이 잘 마련돼있는 팀이며, 그들의 게임 모델을 구현해낼 수 있을 만큼 선수들의 체력도 좋다”면서 “한국으로서는 3차전을 통해 태국의 장점과 움직임을 경험해본 만큼, 4차전에서는 다양한 대비책을 들고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전임 감독 체제에서 망가진 팀을, 정식 감독이 아닌 임시 감독으로 이끌게 된 황 감독으로서는 당장 뭔가를 하기조차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면서 “태국과 4차전은 황 감독에게 진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