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억달러 보조금 받고도 부족하다는 인텔…“제2반도체법 필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서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둘러본 조 바이든 대통령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인텔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 투자 지원금 195억달러(약 26조원)를 받은 가운데 패트릭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면 ‘제2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11월 재선에 도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반도체 기업 지원 카드를 하나씩 꺼내며 경제적 치적을 쌓는 데 치중하는 틈을 타 미국 반도체 업계가 보조금 정책 부활을 위한 디딤돌로 이용하고 있다.

미국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끌어오기 위한 보조금 정책에 실제 이번 반도체 지원으로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 등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쏟아지면서 향후 추가적인 지원 방안이 나올지 주목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패트릭 겔싱어 인텔 CEO는 워싱턴포스트(WP) 주최 포럼에서 미국 반도체 산업이 지난 30여년간 비용 절감만 추구한 탓에 반도체 제조 능력이 아시아로 넘어갔다면서 “우리가 이 산업을 잃기까지 30년이 더 걸렸는데 그것을 3∼4년 만에 법 하나로 고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반도체 생태계에 선순환을 시작하고 (경쟁국과) 비용 격차를 좁히려면 공급망을 재건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모든 공급망을 리쇼어(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하는 것을 도우려면 제2의 반도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겔싱어 CEO는 제2의 반도체법에 어떤 내용이 담기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제2의 반도체법에는 일정 수준의 보조금이 필요하고, 지속 가능한 세제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본 투자에 대한 세금 공제와 지속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당부했다. 이어 “공급망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계속해서 정부를 다시 찾아가 지원받지 않아도 되도록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창출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022년 반도체법을 제정,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총 390억달러(약 52조3000억원), 연구개발(R&D) 지원금 총 132억달러(약 18조원) 등 5년간 총 527억달러(약 70조7000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미국 애리조나, 오하이오, 뉴멕시코주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 85억달러와 대출 110억달러 등 195억달러(약 26조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전날 미국 정부의 보조금 발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겔싱어 CEO는 바이든 대통령이 인텔의 반도체 생산시설이 “더 크게 더 빨리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최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량의 약 20%를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겔싱어 CEO는 이를 30%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반도체법 지원으로 미국 내에서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경제 효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백악관은 성명에서 인텔에 대한 반도체 지원으로 1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및 2만개의 건설업 일자리 등 3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CNBC는 “인텔은 이미 피닉스 지역에서 1만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지원금이 유입되면 인텔이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에 수천 명의 고액 연봉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동맹국의 참여와 한국 및 대만 반도체 기업의 미국 투자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 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가 인텔에 지원한 자금은 삼성전자(60억달러)와 TSMC(50억달러) 지원금의 네 배에 달하면서 미국 기업에 대한 ‘보조금 몰아주기’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제2의 반도체법’이 나오더라도 미국 이외의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겠느냔 회의론이 제기된다.

이에 한국 정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SK하이닉스 공장 착공 시점은 내년으로 2019년 2월 정부가 첫 발표한 지난해 착공보다 3년 가량 늦춰졌다. 내년 착공을 시작하면 2027년에야 가동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비슷하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에 조성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부지는 3년 뒤인 2026년이 돼서야 부지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은 2030년 쯤으로 예상된다.

산업 단지 승인 지연과 산업 용수 및 전력 등 인프라 부족과 함께 토지 보상 절차 장기화 등이 지연 원인으로 꼽힌다.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초격차는 속도에 달린 만큼 우리 기업이 클러스터 속도전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전 부처가 합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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