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벨트 19곳, 제3당 후보 득표율에 승부 갈린다

4·10 총선 후보자등록 마감일인 22일, 전국 254개 선거구에 다자 구도가 형성된 곳은 총 87곳으로 추려진다. 비례대표 위성정당(더불어민주연합·국민의미래)에 합류한 정당을 제외하고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새로운미래, 녹색정의당 등 현역 의원을 보유한 정당을 기준으로 3명 이상 후보의 공천이 확정된 지역구를 파악한 결과다. 이 가운데 여야의 대표적인 격전지로 꼽히는 ‘3대 벨트’(한강·반도체·낙동강)에서 제3지대 후보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전망된다.

22일 헤럴드경제가 5개 정당의 공천을 분석한 결과 3자 구도가 형성된 선거구는 총 79곳이다. 이 가운데 제3지대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여야의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이는 선거구는 ‘3대 벨트’에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국 지역구 투표에서 여야의 대표적인 격전지가 ‘3대 벨트’에 집중적으로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3대 벨트로 분류되는 지역은 서울, 경기도, PK(부산-경남)으로, 총 32개 선거구다. 여기서 제3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선거구는 19곳으로 추정된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야 공천이 완료되고 새로운 현안들이 정치권에 발생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접전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이른바 3대 벨트에서 여야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우선 ‘한강 벨트’의 캐스팅보트 지역은 6곳으로 분류된다. 서울 영등포갑·강동갑·강동을에서는 각각 개혁신당 허은아·김기수·정승우 후보의 득표율이 전체 결과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동작갑은 전 민주당 의원인 전병헌 새로운미래 후보로 향하는 표심이 관건이고, 마포을의 경우 현역인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정청래 민주당 후보와 함운경 후보의 경쟁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포갑은 이지은 민주당 후보와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김기정 개혁신당 후보와 김혜미 정의당 후보가 참전한 상태다.

3대 벨트 가운데 가장 많은 3자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곳은 ‘반도체 벨트’로, 총 10곳에서 제3지대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벨트’에서는 개혁신당 후보들이 대표적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출마한 경기도 화성을에서는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가 경쟁 중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20% 안팎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입당한 이원욱 후보는 자신의 지역구인 화성정에서 전용기 민주당 후보와 유경준 국미의힘 후보와 대결한다. 세 후보 모두 현역 의원이다. 국민의힘을 나와 개혁신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양향자 후보는 삼성전자 출신의 반도체 전문가로 용인갑에서 이상식 민주당 후보와 이원모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서 분전 중이다.

낙동강 벨트에서는 개혁신당 후보들이 출마한 부산 북구갑, 부산 사하갑, 경남 양산시갑에서 양당 후보가 제3지대 후보를 향한 표심에 촉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북구갑은 현역 의원인 전재수 민주당 후보와 부산 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국민의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배기석 개혁신당 후보가 뛰고 있다. 사하갑에서는 최인호 민주당 후보와 이성권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서 최민호 개혁신당 후보가, 양산시갑에서는 이재영 민주당 후보와 윤영석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에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효훈 개혁신당 후보가 막판 표심을 호소 중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 후보가) 특정 정당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제3지대 후보들이) 각각 출신 진영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지역마다 (캐스팅보트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가 견고한 정치 현실에서 제3지대 후보의 영향력은 미비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선거 일이 임박할수록 ‘사표 심리’ 때문에 실제 투표는 양당으로 몰릴 것이란 전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제3지대 후보가)여야의 승패를 가를 결정적 요인은 아닐 것”이라며 “결국 (여야 후보가 아니면)사표가 된다는 인식 때문에 실제로 3자 구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승환·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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