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 ‘물량 공세’에 속수무책…출혈경쟁 본격화하나 [유통 핫이슈]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 18일 부터 ‘100억 팡팡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한 이용자가 100만원 쿠폰에 당첨돼 이를 인증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시장 견제를 위한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허 부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GS리테일 주주총회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 등 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대한 질문에 “워낙 큰 자금력을 갖고 들어와 국내 업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물량 공세’를 앞세운 알리의 위협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물건을 들여와 파는 국내 도매 업계는 무너진지 오래다. 국내 이커머스와 유통업 전체로 공포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허 부회장이 우려한 알리의 자금력은 날 선 무기가 됐다.

알리는 지난 18일부터 ‘1000억 페스타’ 행사를 시작했다. 한국 상품관 케이베뉴(K-venue)에서다. 하루 2번(오전 10시, 오후 10시) 2시간씩 진행하는 선착순 ‘타임딜’을 통해 논산 설향 딸기(750g) 등 신선식품을 1000원에 팔았다. 할인가 2만5000원은 당연히 알리의 마케팅 비용으로 충당됐다. 행사는 1분 만에 마감됐다.

1000억 페스타의 일환으로 진행한 ‘10억 팡팡 프로모션’에도 많은 소비자가 몰렸다. 1350원, 1만원, 10만원, 30만원, 100만원 등 무작위로 쿠폰을 제공했다. 회원 ID당 1회 시도할 수 있지만, 쿠폰은 모든 참가자에게 지급됐다. 그야말로 현금 살포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00만원 쿠폰을 받았다는 인증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100만원 쿠폰에 당첨돼 36만원 상당 에어팟 2개와 30만원대 삼성전자 스마트 모니터를 구매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100만원 쿠폰을 80만원에 판매한다는 ‘되팔렘’까지 등장했다.

현금 살포, 또는 물량 공세는 알리가 처음이 아니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썼던 방법이다. 지난 2021년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은 1일 선착순 15만명에게 1만원의 상품권을 지급하는 ‘국민용돈 100억원’ 이벤트를 진행했다. 티몬 역시 모든 가입자에게 10만원 할인 쿠폰을 지급했다. 이달에는 위메프가 200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15만명에게 지급하는 행사를 펼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 살포 등 마케팅 비용이 새롭진 않지만, 효과를 오래 거두기엔 힘들다”며 “단기간에 회원 수를 늘릴 수 있으나 ‘체리피커(혜택만 누리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123RF]

문제는 알리의 자금력이다. 현금을 살포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이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알리를 운영하는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이달 1일 기준 249조원에 달한다.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44조원)의 5배 수준이다. G마켓보다 70배(2021년 인수가 3조4400억원 기준) 큰 규모다. 다른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PPD 홀딩스)의 시가총액 역시 233조원(1661억달러)으로 알려졌다.

국내 고객을 확보하려는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전략상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은 단순한 과정에 불과할 수도 있다. 몸집을 불리고,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점유율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편의와 가격 경쟁력을 찾는 소비자의 성향을 알리가 정확하게 꿰뚫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3분기(10~12월) 영업·마케팅 비용은 6조3600억원(47억5800만 달러), 핀둬둬의 3분기 영업·마케팅 비용은 3조(9800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핀둬둬는 마케팅 전체 비용의 85%를 3분기에 쏟아부었다.

국내 이커머스 관계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이커머스 기업의 현금 살포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이커머스 입장에서는 출혈을 감내하더라도 유인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국내 셀러(판매자)들이 알리로 향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불안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알리는 최근 한국 상품관인 케이베뉴에 삼성전자 제품까지 입점시켰다. 이제 쿠팡, 11번가, G마켓 등 국내 이커머스에서 구매할 수 있는 대부분 제품을 알리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한국 상품인 만큼 가품 논란과 배송지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배송 기간과 방법도 같다. 이제 가격 경쟁만 남게 된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제 국내 이커머스가 생존을 위해서는 제품 가격 인하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출혈경쟁은 더 심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이용자는 지난 2월 기준으로 818만명을 넘어섰다. 2021년 월의 5배가 넘는다. [와이즈 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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