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조계종 지도층 승려 비리 보도한 전직 기자 ‘무죄’ 선고

부산지방법원 정문. [사진=임순택 기자]

[헤럴드경제(부산)=임순택 기자] 조계종 지도층 승려의 비리 취재 보도 청탁 혐의로 1심에서 법정구속 됐던 전직 기자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풀려났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박준용)는 21일 1심에서 배임수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2억8000만원을 선고 받았던 A(59)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7년 8월 불교계 인사로부터 전 조계종 총무원장 B 씨의 비리를 취재 및 보도해 달라는 취지로 2억8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었다.

A 씨의 변호인측은 재판과정에서 ‘A씨가 취재 부탁을 받은 당시 기자 신분 아닌 상태에서 청탁자의 거듭된 부탁으로 취재에 필요한 영상 장비 및 인력 인건비 등을 지원 받아 대부분 용도에 맞게 사용했고, 보도한 내용 또한 공익을 위한 공정 보도였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1심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과 2심의 판결은 배임수재죄 구성요건상 ‘타인의 사물을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범의 해석이 엇갈렸다.

1심에서는 ‘피고인이 장래 기자로 복귀해서 활동할 것이 확정적으로 기대됐고, 실제로 단기간 기자 활동을 재개한 점’과 ‘개인 비리 차원의 기사’로 판단해 신분범의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한편 특정 개인에 대한 보도’로 기사 자체를 폄하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죄형 법정주의의 원칙이나 배임수재죄 법조문의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부탁을 받을 당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위치에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2심 재판부는 공판과정 중 검찰에 1심 판결에 문제점을 이유로 의견서 제출을 명한데 이어 선고를 채 2주 앞두고 4개월여 동안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A 씨에 대한 보석을 허가해 1심 선고 파기가 예상됐었다.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이종룡 변호사는 “1심 판결은 죄형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보도한 기사의 내용역시 부정한 청탁에 의한 부당한 기사로 폄하할 수 없는 공정보도의 성격이어서 무리한 판결이었다”며 “항소심 판단은 검찰이나 법원의 무리한 기소나 판결로 무고한 국민이 피해를 입는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시 A 씨는 2017년 조계종 총무원장에 출마한 설정스님의 허위학력을 첫 보도해 당선 뒤 결국 탄핵 사태를 맞게 한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은바 있다. 조계종 지도층 승려들의 국내 해외 원정도박의 실체와 국회의 특정 사찰들에 대한 쪽지 예산 밀실 편성으로 인한 혈세 낭비 현장을 연속으로 영상 추적 보도해 큰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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