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2024년 일본 중학교 검정교과서 긴급 검토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재단은 이날 세미나에서 일본 정부 검정을 통과한 2024년 사회과 교과서에 기술된 독도,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등 내용을 기존 교과서와 대비해 분석한 내용을 발표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일본 중학생들이 내년부터 쓸 교과서가 일제강점기 가해 역사를 흐리는 방향으로 기술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교과서 갈등’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정책실장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전문가 세미나에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남 실장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나가야 할 분야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최근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미래세대인 청소년이 교과서를 통해 상대의 역사에 편견을 갖고 서로를 불신한다면 신뢰에 기초한 한일 관계를 만들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전날 일본 중학교에서 2025년도부터 쓰일 교과서 심사 결과를 확정했다.
그러나 검정을 통과한 사회과 교과서 18종 가운데 15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고,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고 쓴 교과서는 2020년 검정 결과와 비교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징용·위안부 관련 문제에서는 강제성이 없었다는 역사 수정주의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발견돼 일본의 가해 역사를 지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독도와 한국사 등 주요 서술에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석주희 재단 연구위원은 “독도와 관련해 ‘일본의 고유 영토’, ‘한국의 불법 점거’ 등을 언급하는 기술이 정착화하고 있다”며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석 연구위원은 독도와 관련한 사진을 최신 사진으로 변경하고, 지리 교과서 4종 가운데 3종에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를 한국이 거부한다’고 기술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가야 재단 연구위원은 지유샤(自由社) 교과서가 다른 교과서와 비교해 ‘임나(任那·일본이 가야 지역을 이르는 말)’ 영역을 과장해서 표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유샤는 이쿠호샤(育鵬社)와 함께 우익 사관을 담은 교과서를 펴내는 곳으로 평가된다.
위 연구위원은 “지유샤의 경우 왜의 임나 지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서술했지만, 이쿠호샤는 이전과 비교해 한국 관련 서술을 대폭 수정한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일본 학계의 잘못된 인식에 쓴 소리를 내면서도 향후 공동 연구를 통해 올바른 역사가 정립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상구 실장은 “일본의 한국 강제 병합, 3·1운동 등은 일부 교과서를 제외하면 객관적으로 기술하려 노력했다”며 “문제가 되는 지유샤의 (교과서) 채택률은 0.04%, 이쿠호샤는 1.1%”라고 말했다.
안재익 재단 연구위원은 “여러 국가의 연구자가 다양한 사료를 보면서 인식의 범위를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고, 위가야 연구위원도 “한국과 일본, 나아가 동아시아 학자들이 모인 학술 공동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