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간) 크로커스 공연장 모습[로이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2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대형 공연장에서 테러를 감행한 세력은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다.
ISIS-K는 이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미국도 이 공격이 IS 소행이 맞다고 확인했다.
호라산은 이란,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간 일부 지역을 가리키는 옛 지명이다.
IS에서 가장 활동적인 지역 분파인 ISIS-K는 2014년 말 아프간 동부에서 발호해 극도의 잔혹행위로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조직원 수는 2018년 정점을 찍고 감소했다.
ISIS-K는 아프간 안팎에서 모스크 등을 공격한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쿠드스군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4주기 추모식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이 단체 소행이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은 이 단체가 이란에서 약 1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탄 테러를 자행했음을 감청으로 확인했다. 당시 테러에서는 2차례 폭탄이 터져 최소 84명이 숨지고 284명이 다쳤다.
이들은 2022년 9월엔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관에서 발생한 자살폭탄테러가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2021년 카불 국제공항 테러도 배후를 자처했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사령관은 ISIS-K가 ‘아무런 경고 없이 6개월 이내에’ 해외에 있는 미국과 서방의 이익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대테러 전문가들은 이번 ISIS-K가 모스크바를 노린 것은 극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이 단체는 최근 몇년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해왔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체첸 등지에서 잔혹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소련 시절 아프간 침공 당시 무슬림을 상대로 잔학행위를 자행했다는 게 그 이유다.
미국 반테러 연구기관 수판센터의 콜린 클라크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ISIS-K는 지난 2년간 러시아에 집착해왔으며 선전매체에서 자주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고 말했다.
그는 “ISIS-K는 러시아가 아프간, 체첸, 시리아에 개입한 것을 언급하면서 크렘린궁이 무슬림의 피를 손에 묻히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고 덧붙였다.
미 윌슨센터의 마이클 쿠겔먼은 영국 BBC 방송에 “ISIS-K는 러시아가 정기적으로 무슬림 탄압 활동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슬림 단체가 러시아를 공격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이집트 시나이반도 상공에서 러시아 항공기가 추락해 대부분 러시아인인 탑승자 224명 전원이 사망했다. IS는 당시 소행을 자처했고, 추후 폭파장치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7년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탄 테러도 급진 이슬람주의자와 연계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