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소아환자의 보호자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부터 19개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으며, 보건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들의 면허를 내일부터 차례로 정지시킬 계획이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의대 교수마저 가운을 벗고 제자 곁으로 가면서 의료공백 우려가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의 집단 사직서 제출 예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중증 장애로 인해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수년째 진료를 받는 A씨의 가족은 최근 삭발식에 동참한 강원대 의대 교수 중 일부가 담당의임을 확인하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한다.
A씨 가족은 “강원대는 의대 정원이 3배가량 늘어나기 때문에 교수들이 더 강경하게 나오시는 것 같다”며 “현재 진료받는 과만 4곳인데 교수들이 대거 이탈하시면 뾰족한 대책이 없어 좌불안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답답해서 다음 주에 병원에 방문하면 교수에게 직접 물어볼 예정”이라며 “최악의 경우 개인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어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심장 수술 이후 대전 충남대병원에서 주기적으로 진찰과 처방을 받는 80대 환자의 보호자 이 모(62) 씨는 “어머니가 심장혈관이 안 좋아 매일 약을 드시고 6개월에 한 번씩은 꼭 병원 진료를 받았다”며 “진료 예약날짜가 당장 다음 달 초인데,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하면 이제 약 처방은 어디서 받느냐”고 토로했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에서 다음 달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인터넷 환자 커뮤니티 사이트에 “수술이 많이 연기된 것 같은데 병원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해 심란하다”며 “이미 수개월 기다렸는데, 수술받기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24일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25일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교수들이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공의와 달리 의대 교수 대부분은 정년이 보장되는 대학 교원으로서 사직서 수리시 정부가 진료 유지명령 등을 내릴 수 없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 제5차 회의 시작을 기다리며 참석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15일 비대위를 통해 사직서 제출을 의결한 대학은 강원대, 건국대, 건양대, 계명대, 경상대, 단국대, 대구가톨릭대, 부산대, 서울대, 아주대, 연세대, 울산대, 원광대, 이화여대, 인제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한양대 등 20개 대학이다.
이후 가톨릭대, 성균관대, 중앙대, 동국대, 전남대 의대 교수도 잇따라 사직서 제출 의향을 밝혀 전국 의대 대부분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연히 사직서 제출에 동참할 예정”이라며 “참여 규모와 자세한 입장 등은 내일 성명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병원 비대위 측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에도 당분간 환자 곁을 지킬 것이며, 외래 진료 등으로 인한 교수의 피로 누적을 막기 위해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의대 신입생 52명을 제외한 재학생 252명 중 238명이 휴학계를 제출한 인천 인하대 의대의 경우 교수들이 아직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지난주 사직서 제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관련해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