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천재백사장’은 외국에서 창업 타진하는 사람 교보재로 알맞다”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장사천재 백사장' 시즌3는 백종원 선생님이 더욱더 당황할만한 곳이었으면 한다. 쉽지 않은 곳이길 바란다. 이미 가볼만한 곳은 거의 다 가봐 그런 각오로 시즌3에 임하겠다. 시즌3는 올해안에 론칭하고 싶다."

지난 2월 4일 종영한 tvN '장사천재 백사장'의 이우형 PD가 시즌2에서 산 세바스티안을 택한 이유도 쉽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빌바보에서 차로 1시간반 거리에 있는 산 세바스티안은 한국식당이 없고 몽골 사람이 운영하는 몽골식당에서 한국음식을 함께 판매할 정도로 한식이 낯선 동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요리 프로그램이 아니라 치열한 매출경쟁을 벌이며 식당 창업 영역을 확장시켜주는 어드밴처물이 됐다. 시즌1에서 모로코와 이탈리아 남부의 나폴리를 택하고, 시즌2에서는 스페인의 산 세바스티안을 무대로 한 것도 그런 의도때문이었다.

산 세바스티안에서는 김밥, 떡볶이, 육개장, 국밥, 등갈비찜 등 70여가지 메뉴로 현지인의 압맛을 저격하며 매스컴에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메뉴도 3분의 1 정도만 미리 준비해서 가고, 대부분은 백 쌤이 현지에서 장을 보며 확인한 식자재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구상해 마련된다.

"바스크 지방은 미식의 상징 지역이다. 음식문화의 뿌리가 깊고, 스페인 음식 문화 정수인 핀초와 타파스가 특화돼 있었다. 제1의 미슐랭 지역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고, 유럽인들이 음식 먹으러 오는 곳이기도 하다."

어려운 곳에 들어갈수록 서바이벌 하기 위한 몸부림이 잘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럼 백종원은 어떻게 난이도 있는 곳에 들어가 한식으로 생존했을까?

이우형 PD는 "낯선 곳에서는 '중꺾마' 정신이 중요하다. 그걸 좋게 생각해주신 것 같다. 백종원 선생님도 돈을 벌려고 했을때 진짜가 나온다. 지금의 백종원이 된 것, 최고의 장사꾼의 면모를 보고싶었다"면서 "백 쌤이 쌓아놓은 게 많아, 그런 것만 봐도 재미있다. 실전에서 갈고 닦은 거니까 쓸만한 것들이다. 장사천재라는 제목이 아니꼬울 수 있고 불편할 수 있지만 천재가 별거 아니다. 경험들이 그렇게 보이게 만든 거다. 그래서 백쌤이 해왔던 게 보여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백 쌤의 방대한 음식지식은 특화돼 있다. DB로 뇌속에 축적돼 있다. 어떤 식재료를 보건 맛을 보면 맛의 조합을 머리속에서 찾을 수 있다. 맛을 넘버 1으로 만드는 재주가 그만의 무기다."

시즌2에서는 1호점과 2호점, 두 곳을 운영해 매출 올리기 전략을 강구하기도 했다. 이 PD는 "식당 2개 동시 가동은 안해본 것이라 백 쌤에게 말할 때 약간 무서웠다. 하나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갑자기 또 한 곳을 더해달라고 하면 화낼 것 같았다. 다행히 쉽게 받아들여주시더라. 두 상권이 특색이 있는 곳이라 필요했던 부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시즌2에서 백종원의 기지가 발휘됐던 두 경우는 반드시 거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요식업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물론이고, 이미 식당을 운영중인 사람들도 되새길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 첫번째는 2호점에서 족발을 준비했는데, 이장우가 요리를 한 후 족발 재료가 염장된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됐던 상황이었다. 족발을 주문한 사람들은 많았지만 결국 메뉴 취소 선언을 해야 했고 매출액 감소가 충분히 예측되면서 이장우는 의기소침해졌고, 결국 1호점에 있던 백쌤에게 SOS를 쳤다.

"당시 2호점에는 족발 때문에 손님이 몰렸다. 족발 메뉴가 안된다고 하자 손님들이 빠져나갔다. 망했다고 생각했다. 백 쌤이 0. 5초만에 솔루션을 내리고 매운 족발을 만들더라. 염장 족발을 자르고 끊어서 색간장과 설탕을 가미해 다시 만들어냈다. 당시 기가 죽어있던 이장우에게도 신경을 많이 썼다. 1호점 직원들을 다 데리고와 2호점에서 다시 일으켜세웠다. 집단 콤비네이션이었다."

두번째는 축구 경기가 있는 일요일 저녁, 손님이 오지 않는 위기 상황 탈출기다. 많은 음식 재료를 구비하고 요리를 준비했지만, 길에는 사람 한 명 없었다. 그런데도 백종원은 없는 손님을 불러 모으는 재주가 있었다.

"일요일 축구하는 저녁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백 쌤도 불안해했다. 하지만 계속 뭔가를 시도했다. 오버액션으로 눈길을 붙잡았다. 유동인구가 없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르니까 사람들도 재미있어했다. 사람이 사람을 불러모았다. 나중에는 가게가 미어터질 정도가 됐다."

참으로 신가한 장면이었다. 물론 백종원은 존박, 이장우, 이규형, 더보이즈 에릭, 유리, 효연 등 함께한 연예인들과 현지 직원 꼬로, 우슈에 등을 안심시키며 '팀 플레이'를 이끌었다. 극F의 꼬로와 극T의 우슈에 등 알바조합도 흥미로웠다.

이우형 PD는 '장사천재 백사장'을 통해 알게된 사실중 하나로 서양 사람들이 국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었다.

"서양인들이 국의 맛을 모르는데, 어묵탕, 잔치국수, 부대찌개 등을 맛보면 미친다. 시즌1의 나폴리에서는 뜨끈한 국이 목으로 넘어갈때 생소한 기분을 처음 느꼈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유럽에서 음식 장사하면 국물 장사를 하면 좋을듯 하다."

이 PD는 이어 "서양인에게는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도 생소하다. 김치 하나 얹어 먹는 것도 다르고, 마지막에 마시는 것도 다르다. 이들이 메뉴얼의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따라할 듯하다. 우리가 처음 경양식이 들어왔을때, 포크와 칼을 어떻게 들고 하는 식으로, 이들이 그렇게 하더라. 쌈도 순서대로 하는데, 영상을 보다 한번 놓치면 다음 영상을 보면서 순서대로 넣었다. 예전에 우리가 낯선 음식을 먹을 때와 바뀌었다"고 말했다.

서양인에게 한식이 생소해 제대로 먹지 못했는데, 영상이 큰 역할을 했다. 어떻게 먹는지 알면 제대로 먹고, 맛도 느끼면서 시너지가 났다.

"제일 중요한 것은 현지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시즌1에는 먹는 방법을 보여주는 게 한식 세계화에 가장 중요하다고 백쌤이 새로 느꼈다. 경험이 많은 사람도 새로 부딪치면서 알게 되는 것도 있다."

이 PD는 멤버들이 백 쌤이 화를 내도 "네" 하고 넘어가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는 "기가 죽거나 토라져버리면 이런 작업을 해나가기 어렵지만 멤버들은 기가 죽지 않는다. 화 내는 이유, 그 진심을 알기 때문에 긴장, 분발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연결돼 오히려 시너지가 났다. 예능을 찍는다 느낌 보다도 장사하러 오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백종원이 와인을 사비로 사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아침마다 멤버들에게 식사를 만들어주는 등 직원 관리하는 모습도 많이 배웠다고 한다.

백종원이 갔던 나폴리나 산 세바스티안은 '백종원 찬스'가 안통하는 곳이다. 한식당이 없는 나폴리에서 어떤 학생이 카메라를 찍고 있으니 백종원이 누군지 제작진에게 물었다. 설명을 해줘도 알 길이 없었다. 유튜브 '백종원'을 보여주고 구독자가 500만명이 넘는 걸 확인하고 그 학생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백종원 유튜브 구독자는 2024년 3월 현재 612만여명이다.)

'장사천재 백종원'은 외국에서 식당 창업을 타진하거나, 창업하려는 사람의 교보재로 알맞다. 백종원이 선발대로 들어가 방법을 보여주고 시행착오도 가감없이 보여준다. 한식 불모지로 가서 개척하라는 의미다. 그래서 공수부대를 적진에 뚝 떨어뜨리듯이 백종원을 집게로 집어 적진(?)에 투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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