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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백악관이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국내 철강 산업이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정부는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신중한 검토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지난해 12월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3000억원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팬실베이니아의 US스틸 제철소(왼쪽), 일본제철 본사 모습 [AP·AFP] |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에 비해 까다롭게 안보 심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미국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백색국가(심사우대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심사를 엄격히 하면 최근 대(對)미 투자를 늘려가는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에 대해서 외국인투자의 안보 위험을 자체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갖췄고 미국과 잘 협조한다는 이유로 ‘예외 국가’로 지정해 일부 규정 적용을 면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반(反) 중국 노선을 구축하는 주요 동맹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예외 국가’로 지정돼 있지 않다. CFIUS는 외국인의 미국 기업 인수합병 등 대미 투자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심사해 안보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이 그 문제를 해소한다는 조건으로 승인하거나 거래 자체를 불허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2년 9월 CFIUS가 외국인투자의 국가 안보 영향을 평가할 때 핵심 공급망, 첨단기술, 투자 동향, 사이버보안, 미국인의 개인 정보 보호 등 5가지 요인을 추가로 고려하라고 명령해 투자를 막을 수 있는 사유를 늘린 바 있다.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위원은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우방국에 국가안보 위협 논리를 적용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안보를 약화시킨다’는 글에서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자 정상회의 참여국인 일본과 한국을 CFIUS의 백색국가명단에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 선임위원이 한국의 ‘예외 국가’ 지정을 주장한 이유는 최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둘러싼 미국 내 부정적인 기류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일본의 기업이 US스틸을 인수하는 게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선을 앞두고 철강노조 표심 등을 의식해 일본제철의 인수에 대한 CFIUS 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같은 동향은 최근 몇 년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려가는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바가 적지 않다. 미국 재무부의 연례 CFIUS 의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미국 기업 인수에 대한 CFIUS 심사는 2020년 2건에 불과했으나 2021년 13건, 2022년 14건으로 증가세다.
여 선임위원은 “국가 안보의 적용 범위를 계속 확대하면 미국이 동맹과 파트너에게서 힘들게 얻은 신뢰가 약해지고, 안보와 경제 이익 간에 구축한 섬세한 균형을 깨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국가 안보라는 개념을 좁고 명확하게 정의해야만 동맹들의 참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은 국내에 초점을 맞춘 제한적인 국가 안보 관점에서 벗어나 동맹들과 집단적인 국가 안보라는 더 넓고 총체적인 관점을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도 “우리 입장에서는 주장해 볼 사안”이라며 “미국 눈치만 보지말고 이런 부분은 주장해 한미간 진지한 협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부처가 논의를 거쳐 우리 기업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배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