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있다…외면하는 순간 스스로에 지는 것” 어느 소청과 교수의 호소

25일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당초 밝혔던 대로 25일 무더기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 가운데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의료 전문 매체에 '사직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기고문을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미정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최근 '청년의사'에 기고한 '사직을 망설이는 L 교수의 답장'이라는 글에서 이러한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는 지난 20일 단국대 의대 교수 회의에서 사직서 제출을 논의할 당시 '항암 치료 중인 소아암 환자들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기고문에서도 돌보던 환자는 물론 환자들을 맡기고 간 전공의들을 위해서라도 교수들은 현장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또 병원과 학교에서 맡은 바 업무를 마무리하는 '사직의 도리'를 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고문에서 "아픈 환자를 버려두고 병원을 나서는 순간, 우리는 국민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지는 것"이라며 "게다가 더 나쁜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지게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에 반발한 전국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연합]

이어 "전공의들이 사직할 때 우리에게 중환자, 응급환자를 포함한 필수의료를 맡기고 떠났기 때문에 '의료 대란'은 없었고, 지금도 없다"며 "그러나 그들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떠나면 정말로 '의료 대란'"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국민의 생명권' 유지와 같은 사회의 필수 서비스는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며 "의사가 파업할 경우에는 응급의료와 암 수술 등의 필수 의료는 중단되지 않도록 조치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의사 파업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현재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을 지키면서 필수 의료를 제공하는 의사가 우리 교수들"이라며 "우리마저 사직하면 필수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게 돼 정말로 '의료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제가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제가 보던 환자에 대한 기록을 충실히 작성한 후 받아줄 병원과 의사를 확보해 모두 전원 보낸 후에 사직하겠다"며 "그전에는 비록 지치고 힘이 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의사의 역할을 모두 다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집단 사직서 제출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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