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외국인 수용소로 이송되고 있다. 권씨는 이곳에서 한국 송환과 관련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됐다. [EPA]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에 대한 재판이 미국에서 열렸다. 권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송환될 지 결정되지 않아 변호인만 출석해 재판이 진행됐다. 현재 권씨는 몬테네그로에 위치한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 중이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 재판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인 데번 스타렌은 “테라는 사기이자 ‘하우스오브 카드(house of cards,엉성하고 비현실적인 계획)’이었으며 그게 무너지자 투자자들은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앞서 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테라의 안정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면서 2021년 11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SEC와 권씨 변호인 간의 입장 차를 재확인했다. SEC는 테라와 루나 시스템 자체가 흠결이 있었고, 이를 알고 있던 권씨가 별도의 조치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SEC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2021년 5월 테라의 가치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가격을 부양하기 위해 제3자와 비밀리에 계약해 다량의 테라를 매수하도록 했다. 권씨는 2018년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한 뒤 암호화폐인 테라와 루나를 발행했는데 알고리즘을 통해 루나의 공급량을 조절해 테라 1개의 가치를 1달러로 고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시세 조작으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테라의 알고리즘 덕분에 가격이 반등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2022년 5월 테라가 폭락하자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투자자들은 400억달러(약 53조 4880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SEC는 추산했다.
SEC는 테라폼랩스의 블록체인이 한국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 '차이'에 실제 사용된 적이 없으며 홍보 내용은 모두 거짓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씨 측은 특정인들의 증언에 의존하고 있다며 SEC 주장을 반박했다. 권씨의 변호인 데이비드 패튼은 권씨가 암호화폐를 위험이 전혀 없는 것으로 묘사한 적이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패튼은 “권씨는 누구에게도 사기를 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창립한 회사와 자신이 한 말을 모두 믿었다”면서 “실패가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권씨의 미국 송환이 불발되면서 권씨 변호사만 재판에 참석했다. 권씨는 지난해 3월 위조 여권을 사용하다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혔다.
권씨의 한국 송환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몬테네그로 사법 당국은 당초 미국 인도를 결정했다가 다시 한국 인도를 결정했는데,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송환 결정에 대한 적법성 판단이 들어가면서 한국 송환이 보류된 상태다. 현재 권씨는 외국인 수용소에 수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