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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이직을 원하는 미국인들 중 40% 이상은 급여와 경력보다 워라밸(워크-라이프 밸런스)과 같은 삶의 질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의 퇴직률은 3%에 근접하며 많은 미국인들이 직장을 그만두었으나 이직을 한 직장인의 15%는 급여와 혜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연방정부 경제학자들의 지난달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임금이 적은 직장으로 이직을 한 직장인의 40%는 새 일자리가 더 낫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푸르덴셜 파이낸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의 42%는 일과 삶의 균형, 더 관심 있거나 의미있는 일을 선호했다. 2017년 퓨리서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4%가 직업이 개인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답했으나 2021년에는 17%로 줄었다.
미국 뉴욕에 살고 있는 33세의 데이지 알마게어는 하루 12시간 근무에 연봉 15만달러(약 2억원)의 기술직 직장을 떠났다. 그는 강도가 덜한 기술 회사로 이직을 했지만 5만달러(약 6700만원)가 삭감됐다. WSJ과의 인터뷰에서 데이지는 “내가 그 돈을 벌 때는 돈을 쓸 시간이 없었다”며 “지금은 내 약혼자와 함께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시간을 되찾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WSJ는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팬데믹 기간 있었던 노동 형태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족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격리 지침에 따라 직장에 출근하지 못했던 것과 비대면 업무에 익숙해져 이제는 권리로 여긴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미충원 일자리는 5.4%였으며, 1월에는 중소기업의 약 40%에서 적어도 하나의 공석이 발생했다. 교대 근무가 필수인 대면업무는 더더욱 채우기가 어려웠다. 여행 및 숙박업 분야에서는 2019년 이후 비관리직의 급여가 개인 부문 평균 대비 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정된 시간에 대면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자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미국인들의 퇴직률도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금보다 처우가 좋은 일자리로 너도나도 이직에 나서는 추세가 한풀 꺾이면서다. 지난해 12월 퇴사율은 2022년 4월 3%로 최고점에 도달한 뒤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퇴직률이 팬데믹 이전 수준에 다다른 것은 이제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기존 직장을 그만두는 추세가 중단됐다는 의미라고 WSJ는 해석했다.
지난해 포드 자동차가 의뢰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직장인의 약 절반이 삶의 질이 더 좋아진다면 20%의 임금 삭감을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유타주 프로보에 거주하고 있는 38살의 로저 사르키스는 업무 강도가 강한 기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2021년 이직을 했다. 그는 자정에도 항상 연락을 받아야 하는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WSJ에 말했다. 사르키스는 연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의 소득을 받는 직장에서 지금은 연 5만달러(약 6700만원)를 받고 지역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최근 사우나에 가서 휴식을 취하며 45분 동안 앉아 있었는데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보고 편안함을 느꼈다”며 “드디어 내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