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노아름·심아란 기자] 2024년 1분기 마무리를 눈앞에 둔 가운데 올 초 인수·합병(M&A) 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회계법인이 주관한 거래가 최종 성사(거래종결)되는 경우가 많았던 점이 꼽힌다.
자본시장이 얼어붙으며 M&A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었지만 ‘빅4’로 꼽히는 대형 회계법인은 올 1분기 자문 트랙레코드를 차곡차곡 쌓으며 2024년 한 해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수조원대 대형 딜이 거래종결에 이르지 못한 영향으로 최근 M&A 자문시장(완료 기준)에서 외국계 투자은행(IB)이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 대형 회계법인 삼일PwC와 삼정KPMG가 금융자문·회계실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2월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인수한 SK피유코어 M&A는 삼일PwC가 주관해 거래종결을 도왔다. 유상증자 포함 4000억원 중반대 미들사이즈급 거래로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삼일PwC는 SK그룹 발(發) 일감을 두루 따내며 굵직한 거래를 맡았다. 삼일PwC는 SK매직이 가스레인지 등 가전사업부 일부를 영업양수도하는 거래에서 매각 측에 금융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올 1월 인수예정자 경동나비엔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로, 추후 본계약 체결 및 대금납입 등의 절차가 남았다.
지난달 방통위가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한 YTN 매각 과정에서는 삼일PwC가 조력했다. 또한 PEF 운용사 모건스탠리프라이빗에쿼티(PE)가 최근 경영권을 확보한 화장품브랜드 ‘메디필’ 운영사 스킨이데아 매각 지휘봉 또한 삼일PwC가 쥐었다. 지난달 거래종결된 탱크터미널 운영사 유나이티드터미널코리아(UTK) M&A 과정에서는 삼일PwC가 인수자 IMM프라이빗에쿼티(PE) 측 회계자문 역할을 수행했다.
삼일PwC는 주목도가 높은 거래에 빠지지 않고 자문단으로 참여했다. 약 650명의 전문가가 포진해 그룹 사업재편 매물 혹은 재무적투자자(FI)간 세컨더리 딜 거래성사를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대준 딜부문 대표를 필두로, 2그룹 내 7개팀 및 2개팀 별도조직을 류길주·민준선·정경수·이정훈 파트너가 이끌고 있다.
삼정KPMG의 활약 또한 눈에 띈다. 올 1분기 종합폐기물처리업체 KC환경서비스 M&A 거래 등에서 매각자문사로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삼정KPMG는 지난해 네이버의 포쉬마크 인수 및 MBK파트너스의 SK온 투자 등을 비롯해 총 8건의 조 단위 빅딜에 회계자문을 제공해 국내외 주요 대기업과 대형 PEF 운용사의 투자활동에 조력했다. 세컨더리 거래(재무적투자자 간 거래) 및 크로스보더 딜(국경간거래)에 활발히 조력한 결과, 지난해 완료기준 총 68건의 회계자문을 수행해 전년대비 33% 증가한 자문실적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반적으로 M&A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도 고객 스킨십을 이어가며 자문 역량을 키워온 덕택이다. 삼정KPMG는 김이동 딜부문 부대표가 10개 자문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병제·김진만·김광석·김효진·손호승·김진원 부대표 등이 각 조직 구성원의 전문성을 발휘해 딜 자문역량 극대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삼정KPMG가 새롭게 조직한 M&A센터에서는 200여명의 자문전문가들이 딜 소싱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공유해 신속한 계획을 수립하고, 잠재투자자 마케팅 단계에서부터 협업을 이어가 대형 퍼블릭 딜(Public Deal) 성사 등에 고삐를 쥐고 있다.
아울러 딜로이트안진과 EY한영도 약진하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 1월 LIG넥스원이 미국 고스트로보틱스(Ghost Robotics) 지분 60%를 3144억원에 인수한 딜에 자문을 제공했다. 해당 딜은 미국 당국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올해 상반기 안에 거래종결이 기대된다.
지난해 국내외 PEF 고객은 딜로이트안진을 찾았다. 딜로이트안진은 TPG의 삼화 인수, 베인캐피탈의 토스페이먼츠 투자를 도왔다. 또한 MBK파트너스의 메디트 인수자문을 수행했다.
현재 딜 부문은 남상욱 재무자문본부 부문장을 필두로 300여명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딜로이트 네트워크를 활용한 크로스보더 자문 역량도 키우는 상태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아케마(Arkema)의 PI첨단소재 인수 측 자문,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자문을 각각 제공했다.
EY한영은 올해 핵심 매물인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딜에서 원매자인 에어인천의 인수 조력자로 낙점됐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 주도로 매각작업이 진행 중인 MG손해보험 딜에 회계 자문사로 나섰다.
EY한영은 전략·재무자문 조직을 통해 회계법인 역할과 컨설팅펌의 기능을 통합한 거래 솔루션을 제공한다. 박남수 대표가 해당 조직을 이끌고 있으며 M&A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무자문본부는 민덕기 본부장이 리더다.
지난해 EY한영은 조 단위 딜에도 등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과정에서 KDB산업은행 측의 매각 자문을 수행했다. 2조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뿐 아니라 구조조정 성과로도 부각된 거래다.
EY한영은 IMM PE의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매각에서도 회계자문을 제공해 가치 극대화와 잠재인수자 확보를 지원했다. 지난해 대형 M&A로 기록된 메디트의 경우 매도자 UCK파트너스와 인수자 MBK파트너스 양쪽에 자문 제공하는 성과를 올렸다.
물론 올 초 진행되고 있는 수조원대 대형 매물 매각 주관을 맡은 글로벌 IB의 역할도 적잖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코비트 ▷롯데손해보험 ▷제뉴원사이언스 ▷프리드라이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주관을 UBS,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이 맡고 있다. 대어(大漁)로 꼽히는 딜인만큼 난이도가 상당해 거래종결성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감사부문이 독주했던 과거와는 달리 회계법인 내 자문파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대형 회계법인이 외국계 IB와는 차별화된 역량을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