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난 베팅한 적없다. 믿었던 사람의 거짓말로 충격” 통역사 불법도박 관련 첫 입장표명

OHTANI
쇼헤이 오타니가 새 통역사가 배석한 가운데 이전 통역사의 불법도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스포츠넷LA화면 캡처=LA타임스 갈무리>

쇼헤이 오타니가 통역사의 불법도박 빚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오타니는 25일 오후 2시 45분(태평양시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나는 야구나 다른 스포츠에 내기를 건 적도 없고, 다른 사람에게 대신 베팅을 부탁한 적도 없으며, 도박브로커(북메이커)를 통해 베팅한 적도 없다”라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페이(통역사)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성명을 내놓았다.

이날 회견은 100여명의 취재진이 회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메이저리그가 운영하는 MLB네트워크와 다저스경기 독점 중계권이 있는 스포츠넷LA 외 다른 방송사의 TV카메라와 언론사의 사진촬영이 금지된 가운데 열렸다.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LA다저스와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정규시즌 개막 2차전을 앞두고 오타니의 통역사로 일해온 이페이 미즈하라가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전격해고되면서 쓰나미처럼 밀어닥친 ‘불법도박 스캔들’ 이후 오타니가 그에 관해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오타니는 다저스 구단의 또다른 통역사 윌 이어튼이 동석한 가운데 “지난 일주일여 동안 이번 일로 인해 소란을 겪고 궁금해한 구단과 팬 여러분께 지금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문을 연 뒤 “누구보다 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일로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라고 소회를 드러냈다.

그런 다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페이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거짓말을 했다.”라고 말했다.

오타니는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 첫 경기가 끝난 후 팀 미팅이 있을 때까지 이페이에게 도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페이가 내 계좌로 빚을 갚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라고 말을 이어간 오타니는 “그 때 나는 대리인을 찾았고, 대리인은 이페이가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밝혔다.

15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질문을 받지 않는 동안 여러 차례 충격과 당혹감을 나타냈다.

그는 회견 말미에 “결론적으로 나는 스포츠에 베팅하거나 브로커를 이용한 적이 없다. 충격 그 이상이다. 지금 내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제 곧 시즌이 시작될 것이니 이제부터는 제 변호사에게 문제를 맡기겠다.”라며 회견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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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LA다저스의 서울시리즈를 앞두고 회견을 하고 있는 오타니와 통역사 이페이<연합>

오타니의 이날 입장표명은 자신이 야구는 물론 스포츠에 도박한 적이 없고, 통역사가 도박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아울러 통역사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몰래 빼내 빚을 갚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일지라도 어떻게 통역사가 수백만달러를 오타니의 계좌에서 빼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궁금증이 남는다.

여론의 초점은 오타니가 7년동안 자신의 통역사로 일하면서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였던 이페이의 불법도박을 알고 있었느냐에 쏠리고 있던 참이다.아울러 통역사가 야구경기 승부에 대해 베팅을 했는가의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만에 하나 오타니가 통역사의 도박사실과 야구에 대한 베팅을 알고 있었다면 메이저리그 규칙에 의해 그는 1년간 출전정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려져 있다시피 오타니는 다저스구단이 스포츠 사상 최고액인 7억달러에 계약함으로써 야구를 떠나 세계적인 스타로 한껏 발돋움했다.그런 상황에서 도박에 연루돼 출전정지까지 이어지게 되면 다저스구단으로서는 최악의 손실 뿐 아니라 팀운영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안을 수 있는 사안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연방국세청까지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오타니가 통역사 이페이의 불법도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가 핵심쟁점이었기 때문으로 알려진다.

이번 스캔들은 지난 20일 스포츠전문 네트워크 ESPN과 LA타임스가 전한 이페이의 불법도박 관련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이페이는 ESPN과 90여분 동안 가진 최초의 인터뷰에서는 “오타니에게 내가 도박빚이 있으니 갚아달라고 부탁했고, 그는 다시는 도박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내가 보는 앞에서 빚을 도박 브로커에게 송금해줬다”라고 말했다. 이 인터뷰는 오타니의 이른바 ‘위기관리 소통 담당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페이는 몇시간 뒤 오타니가 도박빚을 갚아줬다는 인터뷰 발언을 철회했다. 동시에 오타니의 법률대리인인 웨스트할리우드 소재 로펌 버크 브레틀러(Berk Brettler)는 “최근 언론의 문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거액의 절도 사건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고 공표했다. 그 직후 다저스구단은 이페이를 해고했다.

오타니는 그로부터 일주일여 동안 언론의 문의에 일체 답하지 않다가 지난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에인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25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겠다고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황덕준 기자

<오타니의 성명 전문>

먼저 여러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팀 관계자 여러분, 저 자신도 그렇고, 팬 여러분들도 지난 일주일 정도, 힘든 한 주였던 것 같은데, 우선 저 자신도 믿었던 분의 실수로 슬프다고 해야 하나, 충격적이라고 해야 하나, 지금 그런 느낌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사도 있기 때문에 오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고, 또 오늘 여기에 자세한 내용을 정리한 메모가 있기 때문에 그 쪽에 따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설명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저 자신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스포츠 이벤트에 베팅을 하고 그것을 다시 부탁한 적이 없으며, 제 계좌에서 마권업자에게 송금을 의뢰한 적도 물론 전혀 없습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잘 몰랐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가 제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게다가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상 닛칸스포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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