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의대 본관 4층 해부학 실습실에서 손현준 교수가 기자들을 상대로 현장 교육 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에 반발해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이탈이 계속되는 가운데, 충북대 의대 교수가 의대 증원의 비현실성을 보여주기 위한 기자회견을열었다.
25일 손현준 충북대 의대 교수는 의대 본관 4층 해부학 실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생 200명이 수업을 들어야 하는 교육 현장의 상황을 시연했다.
본과 1학년 학생들이 6~7명씩 조를 이뤄 해부학 실습을 하는 해당 실습실에는 실습대는 10개에 각각 모니터가 부착돼 있다. 교수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 각 실습대 모니터로 영상이 송출돼 학생들이 이를 확인하고 그대로 해부용 시신에 처치를 하는 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25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의대 본관 4층 해부학 실습실이 학생들의 수업 거부로 텅 비어 있다. [연합] |
손 교수는 “항균 장치과 환기 시설 등 각종 설비들이 들어가는 이런 복잡하고 비싼 시설을 앞으로 어떻게 단기간에 더 만들겠다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며 “50여명의 학생으로 진행되는 수업 때도 붐비는데 200명을 어떻게 수용하라는 건지 (정부가) 대책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학생들을 수용할 설비는 물론, 교육자 역할을 할 교수와 조교도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해부학의 경우 교수는 최소 7년, 조교는 4년을 수련해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데, 실력이 있는 이들은 대부분 이미 타 대학에 교수로 임용돼 전국적으로 구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원이 이뤄질 경우, 충북대는 최소 해부학 교수 4명과 조교수 4명이 추가 채용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한 그는 교육자를 충분히 채용하더라도, 학생들이 실습을 할 수 있는 충분한 해부용 시신을 확보하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도 실습대에서 학생들이 시신 한 구를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실습하는데 똑같은 수의 시신으로 200명을 어떻게 가르치겠냐는 주장이다. 현재 충북대에 매년 기증되는 시신은 15구 정도다.
25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 의대 본관 4층 해부학 실습실. [연합] |
손 교수는 “학생들이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교수로서 존재가치가 없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포기하지 않으면 저 역시 사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영환 충북지사는 내년에 입학하는 의대생이 2년간의 의예과 과정을 거쳐 본과 1학년에 오르기 전 3년 동안 교육 시설과 인력을 차질 없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충북대는 정원 확대에 대비해 현재 4층인 의대 2호관 건물을 증축해 교육 공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오송 캠퍼스 시설과 의대 내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부 실습 등 부족한 교육 기구에 대해서도 예산을 더 투입해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충북대 의예과 학생 90여명은 지난 4일 개강 이후 계속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개강한 본과 학생 200여명 대부분도 수업을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현재까지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30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엔 전체 의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전공의 148명이 여전히 출근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