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 사실상 사라졌다…지난해 4분기 이용액 불과 400만원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전자화폐’가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발급뿐 아니라 이용도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자화폐 이용 금액은 400만원, 이용 건수는 4000건에 그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자화폐 발급 잔액도 지난해 4분기 31억3000만원으로 역대 최저였다. 신규 발급은 이뤄지지 않고 과거 발급분이 소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자화폐는 사전적으로 이전할 수 있는 금전적 가치를 전자적 방법으로 저장해 발행한 증표 또는 그 증표에 관한 정보를 가리킨다.

금융결제원이 지난 2000년 7월 시중은행, 카드사들과 공동으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형 전자화폐 'K 캐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부산을 거점으로 한 전자화폐 '마이비'는 2000년 9월에, 하나은행과 카드사들이 제휴한 '비자캐시'는 2001년 5월에 연달아 출시됐다.

전자화폐 분기별 이용 금액은 출시 초기인 2003년 4분기 347억7600만원을 고점으로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2010년 4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었다.

2021년 3분기부터 1000만원 아래로 떨어진 이용 금액은 최근까지 수백만 원 수준을 맴돌았다. 분기별 발급 잔액의 경우 2011년 1분기 127억2700만원 이후 감소세를 이어왔다. 2020년 4분기 30억원대로 뚝 떨어진 잔액이 최근까지 답보 상태다.

현금이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로, 다시 모바일 결제로 점차 대체되는 동안 전자화폐가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술 발달에 따른 결제 수단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은은 전날 배포한 '2023년 중 국내 지급결제 동향' 자료에서 모바일 기기 등을 이용한 결제 규모(10.8%)가 실물 카드를 이용한 결제 규모(1.9%)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전자화폐에 대해 "일부 소비군에서 교통카드 정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술 발달로 소용이 크지 않게 된 만큼 추후 통계 작성에서 아예 제외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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