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이 특정 공익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부담금 관리 기본법’에 따라 걷는 부담금은 의무적으로 납부해야 한다는 점에서 세금과 비슷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일상 속에서 모르고 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이런 식으로 납부하고 있는 부담금을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했다. 지침은 재정운용기조, 투자중점 뿐 아니라 ‘재정혁신 방향’도 포함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운용 혁신 방향을 크게 ▷현장·과제·성과 중심의 재정운용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지속 ▷효율적 재정관리 추진 등 세 가지로 제시했다.
이 중 현장·과제·성과 중심의 재정운용엔 ‘불합리한 부담금 개편’이 담겼다. 부담금 개편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부담금 전수조사를 지시한 후부터 추진됐다. 기획재정부는 18개 정부부처로부터 부담금 개혁안을 받아 91개 항목 전체를 원점 검토했다. 준조세 성격이 강하고 시대 변화와도 맞지 않는 만큼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기대된다.
부담금은 1961년 제도 도입 이후 통제 없이 징수돼 왔다. 전체 부담금 수는 1960년대 7개에서 2000년대 102개까지 늘었다가 이후 신설·폐지가 이어져 현재 91개가 됐다. 문제는 부담금 폐지로 인한 재정 부담이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담금을 폐지하면 정부 재정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기재부가 발간한 ‘2024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에 따르면 올해 징수될 예정인 부담금은 24조6157억원으로, 2002년(7조4000억원) 대비 3배 넘게 늘어났다. 이 가운데 86.6%는 중앙정부 기금(18조146억원)과 특별회계(3조2956억원)에 귀속될 예정이다.
게다가 해당 부담금이 담당하고 있는 사업도 함께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예산 조달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산업통산자원부는 올해 3개 부담금으로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 1조9000억원을, 환경부는 11개 부담금으로 환경개선특별회계 6453억원을 충당할 계획이었다. 전력산업기반기금(3조2028억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2조9264억원),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2조5441억원) 등도 부담금을 통해 귀속되는 중앙정부 기금들이다. 기재부는 “부담금 정비에 따라 수입이 감소하는 기금은 지출 구조조정 등 재원 조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을 기록한데다 올해 역시 법인세 등 주요 세원의 여건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탓에 내년 각 부처별 예산을 편성할 때 기재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힘은 더 세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기재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정과제를 제외한 모든 재량지출에 대해 10%이상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효과성을 재검토해 우선수위가 낮은 사업은 삭감·폐지한다. 또, 재정사업평가 결과 성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신규예산은 물론 기존 사업도 유사·중복성을 점검 후 예산을 편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