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 인천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통관 작업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정부가 이달 초 구성한 국무조정실장 주재 해외직구 종합대책 TF(일명 알리 TF)에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가 참여해 해외직구 면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가품과 유해물품 유입 등 소비자보호 대책에서 나아가 면세 한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올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헤럴드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 관세제도과는 내달 열리는 알리TF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TF 회의에는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 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산하 기업환경과만 참여했다.
회의 테이블에는 연간 면세한도 규정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해외직구 연간 면세한도는 지난 2020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후 관세청이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자체 조사 결과, 연간 면세한도를 설정하면 행정 비용이 과도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논의를 중단했다.
연간 면세한도는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손질할 수 있다. 1회 구입 면세한도만 규정하는 현행 시행규칙에 연간 한도는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는 중국 알리, 테무, 쉬인 등 3개 플랫폼에서 매일 150달러까지 면세로 주문할 수 있다. 1년으로 보면 16만2000달러(한화 약 2억1784만원)를 무관세로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시행규칙 개정은 통상문제에서 자유롭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해외직구와 관련한 면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규정한 200달러 이하의 해외면세 기준을 조정하기 위해선 국가 간 재협상이 필요한 것과 다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 과정에서 중국 측 의견을 물을 필요가 없다”며 “논의 후 개정이 필요하다고 결론이 나면 바로 개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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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업체로 인한 피해는 계속 보고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해외 직구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32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직구로 매출이 줄었다는 도소매업 업체는 34.7%에 달했다. 피해를 호소한 기업의 절반(53.1%)은 ‘과도한 면세 혜택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저하’를 주요 원인으로 짚었다. 특히 이들 중 35%가 ‘중국산 직구 제품에 연간 면세 한도 설정(35.0%)’을 대책으로 지목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해외직구에 대해 연간 약 480만원의 누적 면세 한도를 두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1회 구매당 150달러(약 20만원)의 면세 한도 제한만 있을 뿐 연간 한도가 없어 상호주의에 입각한 직구 면세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입품에 대한 면세 혜택은 줄어드는 추세다.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22유로(약 3만1900원) 이하의 수입품에 대한 부가세 면세를 폐지했다.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전문가들도 현재 면세 규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연간 한도나 월 한도를 설정하는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직구 제품의 대다수가 중국 정부가 준 생산보조금으로 소비자가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제조사 입장에서는 불리한 경쟁을 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