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 ‘보이스피싱’ 꼼짝마…지오프로스에 전국 10만개 ATM 정보 탑재

지난 2022년 현금지급기(ATM) 위에 5만원권을 다발로 올려놓고 송금하고 있던 보이스피싱 사기금액 수거책 여성이 마침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을 하던 대구경찰청 남부서 소속 형사에게 발각된 장면[경찰청 SNS]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찰의 치안 데이터 시각화 시스템 지오프로스(GeoPros·지리적프로파일링시스템)에 전국의 모든 10만1000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위치정보가 새롭게 탑재됐다. 경찰은 이를 이용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등 각종 범죄에 더욱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19일 금융결제원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금융결제원이 관리하는 전국 10만1000개의 ATM의 위치 정보를 공공기관 최초로 입수하게 됐다. 도심의 시중은행 ATM 창구 뿐만 아니라 편의점, 지하철 역사, 시골 지역 등에 위치한 전국 모든 무인 ATM 지점의 위치를 경찰 내부망에 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은행들이 출자해 설립한 민간 기업으로, 은행 간 소액 지급결제 인프라인 금융공동망을 구축·운영하는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금융결제원이 전국 ATM 위치 정보를 외부에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물론, 국가정보원에도 해당 정보는 제공된 바 없다. 경찰청 지오프로스(GeoPros)에 ATM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는 금융결제원 내부 투표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진다. 민감한 ATM기기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는 것에 대한 반대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ATM 지점 정보를 한눈에 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보이스피싱 전달책들을 검거하는데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주로 인적이 드문 무인 ATM 지점을 이용해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사기 금액을 제3자 명의로 송금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기존 지오프로스(GeoPros)에는 범죄 신고나 범죄 발생, 교통사고 다발 지역과 같은 치안 데이터와 폐쇄회로(CC)TV 위치 정보 및 외국인 등록 현황 등 공공데이터가 들어가 있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현장경찰이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과 시간을 예측해 동선을 파악하고, 방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사용해왔다. 한 경찰관은 “지구대에서 지오프로스(GeoPros)를 이용해 집중적으로 순찰을 도는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데에 효과적으로 쓰고 있다”며 “정보를 다층적으로 쌓아놓으니 어디가 우범지역인지 파악하는데 용이하다”고 설명했다.

지오프로스(GeoPros)는 내부망인 폴넷을 통해 접근할 수 있다. 다만 보안이 필요한 정보들도 있기 때문에 관서나 부서별로 공유범위를 제한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지오프로스(GeoPros)에는 각 경찰관이 수집한 데이터를 올려 공유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현장 경찰이 공·폐가, 신규 풍속업소, 무인점포 등 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시설물의 위치를 시스템상에 표기하면서 일종의 ‘집단지성’을 구축해나가는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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