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제명된 전설의 야구선수 “통역 있었으면 나도 무죄” 오타니 저격

지난 20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전 LA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1차전 경기에서 LA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와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미국 프로야구(MLB) 역사상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하고도 스포츠 도박 사건에 연루돼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82) 전 신시내티 레즈 감독이 "나도 통역이 있었더라면"이라며 최근 통역사 때문에 자신 역시 불법 도박 연루 의혹에 휩싸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를 저격했다.

로즈 전 감독은 지난 26일 CBS 스포츠 라디오 방송 진행자 자크 겔브를 통해 엑스(X·옛 트위터)에 공개된 영상에서 오타니 통역을 맡았던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1970~1980년대에 통역 직원이 있었더라면 난 처벌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오타니 대신 통역사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 혐의를 뒤집어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피트 로즈 전 신시내티 레즈 감독. [자크 겔브 트위터 캡처]

로즈 전 감독은 1970년대 최고의 타자로, MLB 역대 최다인 4256개의 안타 기록을 갖고 있는 전설이다. 하지만 신시내티 감독으로 있던 1989년 소속팀 경기를 두고 도박한 것이 뒤늦게 드러나 MLB에서 영구 제명됐다. 이로 인해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편 오타니는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즈하라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면서 "나는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도박업자에게 의도적으로 돈을 보낸 적이 없다"고 불법 도박 연루설을 일축했다. 미즈하라가 지난 21일 불법 도박을 하고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댄 혐의로 구단에서 해고된 지 닷새 만이다.

다만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어떻게 자신의 계좌에 접근해 돈을 빼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오타니 쇼헤이가 25일(현지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TV로 중계되고 있다. 이날 오타니는 통역사의 불법 도박 사실을 몰랐다고 밝혔다. [연합]

앞서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자신의 도박 빚을 대신 갚아주려고 도박업자에게 직접 송금했었다고 해명했다가 이를 번복했다. 오타니는 이 모든 게 미즈하라의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통역사의 도박 문제를 인지한 시점은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정규시즌 개막전이 끝난 시점이라면서다.

오타니는 "내가 믿은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제 시즌이 시작하는 만큼 앞으로 변호사들이 이 문제를 처리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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