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 및 대외경제협력기금운용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건전재정’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재정 당국은 국정과제 수행에 들어가는 예산을 제외한 재량지출 10%를 줄이는 데 더해 교육교부금까지 손을 댈 계획으로 보이지만, 민생토론회 등에서 쏟아낸 감세정책과 예산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빚을 넘겨주지 않겠다”며 ‘건전한 나라살림’을 국정과제의 다섯 번째에 올린 윤석열 정부의 공언은 결국 공염불로 끝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는 재량지출 10% 감축 외에 경직성 지출 감축 방안이 추가로 담겼다. 정부 중기재정계획 상 지출증가율은 4.2%이며 이에 따른 2025년 예산은 680조~69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내년 예산편성의 세 가지 기조 중 하나는 ‘건전재정기조 확립’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년 연속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2023년 코로나19 방역 및 소상공인 지원 예산 등을 대거 삭감해 24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데 이어 올해 예산 편성에서도 연구개발(R&D) 14.7% 삭감 및 보조금 조정을 통해 23조원을 손 봤다. 법정 의무지출과 재량지출 내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제외한 예산이 120조~14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2년 연속 20%에 달하는 지출을 삭감한 셈이다. 이에 더해 학령인구 감소 등을 반영해 교육교부금 등도 줄일 계획이다. 유병서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학생은 줄고 노인은 늘어나는 가운데 교육·지방교부금 둘 다 칸막이가 있는 상황”이라며 “교육교부금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획재정부 김동일 예산실장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룸에 서 열린 2025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 및 2024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과 관련된 브리핑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그러나 당국의 계획대로 지출 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민생토론회 등을 진행하며 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들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가장학금 수혜자 확대 정책은 추가 예산이 1조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재원 조달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또, 대통령실이 주도해 도입한 대표적인 감세정책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 따른 세수 감소분은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재정당국이 감당해야 할 수입과 지출 모두 만만찮은 상황이다. 야당은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정책을 수행하려면 필요한 예산이 925조원에 달한다는 추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탓에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 3% 이내 유지를 법제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2년 연속 지키지 못했다. 재정준칙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5번째 과제이지만, 내년에도 이를 지키지 못하는 셈이다. 재정준칙 법안도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서 계류중인 상태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열리지 않고 있어, 법안 통과가 불확실하다. 21대 국회 임기 내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법안이 폐기되기 때문에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정책 과제를 권고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급격한 고령화에 연금, 건강 관련 복지 예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전재정의 유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약 56조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가 발생한 우리 재정 상황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관리재정수지는 2024년 -99조9000억원, 2025년 -85조7000억원, 2026년 -83조3000억원 등 적자를 이어갈 전망이다. 고령화로 인한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지난해 157조3000억원 수준에서 9년 후인 2032년 294조7000억원까지 급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